[잠시만요] 심리학자 한소원 "나이 들수록 운동 하고 새로운 것 도전해야"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3년 1월 15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한소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심리학자 한소원"나이 들수록 운동 하고 새로운 것 도전해야"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사람은 모두 똑같이 나이가 듭니다. 하지만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저마다 다른데요. 오늘의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배움과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새해,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 나와 주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한소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하 한소원)> 안녕하세요.
◇ 이성규> 반갑습니다.
◆ 한소원> 네, 저도 반갑습니다.
◇ 이성규> 네, 청취자 여러분들께 직접 한번 소개 좀 해 주시죠.
◆ 한소원> 저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소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인지심리학 전공인데요, 이제 인지 노화 이런 연구도 하고, 정서 과학, 그리고 요새는 인공지능 쪽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 에이징 이런 쪽도 하고요, 그다음에 인간-인공지능 상호작용 이런 연구도 합니다.
◇ 이성규> 그러니까 심리학 분야 중에서도 뭔가 약간 진보적인 영역인가요?
◆ 한소원> 그러니까 사실 약간 응용된 분야거든요. 그래서 옛날부터 그런 쪽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리고 심리학 분야 중에서도 인간 공학, 이런 분야가 또 있거든요.
◇ 이성규> 인간공학. 뇌 쪽인가요?
◆ 한소원> 인간공학 쪽은 약간 산업공학이랑 비슷해요. 그래서 인간 중심으로 기계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자, 약간 이런 쪽입니다.
◇ 이성규> 근데 심리학은 어떻게 선택을 하셔서 그렇게 공부를 하시게 됐습니까?
◆ 한소원> 한국에서 대학교를 나왔는데, 그때 대학 갈 때는 사실 별로 아는 게 없었어요.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그냥 심리학 이름이 재밌을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간 건데, 이제 사실 미국 가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좀 더 연구가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학원 시절이니까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되고. 그때 뇌과학도 배우고, 이제 그때 또 인지 노화, 이런 연구도 하고 그렇게 됐습니다.
◇ 이성규> 그런데 조금 전에 인공지능, 로봇, AI 이런 영역에 대해서 약간 몰두하시는 듯한 생각을 들게 하셨는데요. 이런 것들이 아까 응용이라고도 말씀하셨지만, 심리학의 기초 이론이나 고전 이론, 이런 쪽하고 잘 섞이고 있나요?
◆ 한소원> 사실 아직은 새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희가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걸 만들 때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람들이 어떻게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약간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기술 중심으로 디자인이 되는 경향이 있고요. 이제 점점 늘어가는, 확산되는 그런 추세입니다.
◇ 이성규> 그러니까 미국에서 오랫동안 계신 것 같아요. 공부하시러 가셔서 그쪽에 눌러 앉으신 거예요?
◆ 한소원> 네,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24년 살았는데요. 유학으로 갔다가 거기서 직장도 잡고 한참 살다가, 그러다가 또 기회가 돼서 한국에 오게 되고 그렇게 됐습니다.
◇ 이성규> 미국에서 오래 계셨고. 근데 학생들은 좀 어떤 것 같아요?
◆ 한소원> 학생들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데요. 미국 학생들이 좀 말이 더 많고 살짝 오버하는 애들이 많고, 그리고 수업시간에 질문도 더 많이 하고 그런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금 조용하고, 그런 거는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도 많긴 한데, 호기심 있게 얼토당토 않는 소리, 약간 이런 거는 좀 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어떨 때는 '너무 이상한 소리인가?' 이렇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해야 될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좀 뜬금없는 소리도 할 수도 있고 그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우리 학생들이 너무 과묵한 가요?
◆ 한소원> 네, 좀 조용한 축인 것 같아요. 미국 학생들이랑 비교하면.
◇ 이성규> 미국에서도 AI, 로봇 이런 거 가르치셨나요?
◆ 한소원> 그때는 그런 게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고요. 그때 제가 제일 많이 한 건 이제 인지 노화 쪽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이제 나이 들면서 변화하는데, 분명히 변화하는 게 더 좋아지는 것도 있고, 좀 떨어지는 것도 있고, 속도 같은 건 좀 느려집니다, 저희가. 속도는 느려지는데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꼭 속도가 빠른 게 아주 중요한 건 아니죠. 그러니까 또 여러 가지 변화하는 것에 적응하는 것도 있고, 또 이런 의사 결정하는 스타일도 있고, 또 정서적인 변화도 있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 이성규> 근데 또 유튜브도 하시더라고요? 유튜브 이름이 '쓸모 있는 심리학'이에요. 이 얘기 좀 해 주세요.
◆ 한소원> 저는 교수이긴 하지만, 교수 중에서도 이제 기초 연구를 많이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요. 근데 저는 그래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걸 하면 좋겠다. 그리고 또 실용적인 얘기를 좀 대중들하고 나누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제목이 '쓸모 있는 심리학'이 됐어요. 그래서 아주 이론적인 얘기보다는 이론을 하나 잡아서 실생활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나, 이런 얘기를 하려고 '쓸모 있는 심리학'을 만들었습니다.
◇ 이성규> 예를 들면 어떤 얘기들이에요?
◆ 한소원> 예를 하나 들면, 기억 좀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나이가 들어서 기억이 떨어지나 이런 생각들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저희가 기억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들 중에 하나가 기억을 환경에 내려놓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개념은 체화된 인지, 분산된 인지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정리 정돈을 잘 해놓는 게 기억력에 도움이 되고요. 기억을 할 때는 우리가 어디다 받아쓰는 거. 써놓고 정리해 놓는 것. 그리고 스마트폰에 우리가 전화번호나 이런 걸 다 입력해 놓잖아요.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다 써놓으니까 내가 기억을 안 해서 머리가 나빠지는 게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고. 우리가 너무 할 게 많은데, 과부화가 될 수 있는데 스마트폰에 또 이걸 다 정리를 해놓으면 그건 또 뇌가 처리를 안 해도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저희가 어떻게 하면 더 활용을 해서 주변을 활용하고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더 우리가 잘 살 수 있나, 그런 얘기를 좀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지금 교수님께서 '뇌 과학자'라고 불리기도 하시는데요. 뇌의 활성화를 위해서 신체 활동하고도 관련이 있다, 그런 말들이 있던데 어떤 겁니까?
◆ 한소원> 뇌랑 몸은 연결돼 있거든요. 사실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쇠퇴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게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기 쉬운데, 저희가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건 더한데요.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뇌를 더 활발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뇌졸중이라든가 그렇게 돼서 뇌를 다쳤을 경우에 이제 몸을 못 쓰시는 경우 있잖아요. 반을 못 쓰신다, 이런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 재활은 몸을 움직여서 재활을 하잖아요. 사실 뇌를 다쳤는데 몸을 못 쓰고, 몸을 못 쓰는데 몸을 써서 뇌를 재활하죠. 사실 뇌랑 몸이 연결돼 있다는 게 이렇게 생각하면 '아 맞지' 이렇게 생각이 되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또 아주 피곤하다거나 그럴 때와 우리가 열심히 운동을 하거나 해서 신체 상태가 좋을 때, 그럴 때 또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잖아요. 그냥 잘 돌아가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잘 돌아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몸 상태가, 뇌가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또 이제 연결이 돼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성규> 그러면 이런 질문도 성립이 되나요? 운동 선수들은 뇌가 활성화된다?
◆ 한소원> 그런 질문도 좀 받거든요. 제가 운동 얘기를 되게 많이 하는데, 그러면 운동 선수가 되라는 말씀이냐. 그래서 그게 아니라, 운동선수가 될 만큼 엄청나게 운동만 해야 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생활체육, 이렇게 활동적으로 행동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연구들이 많이 있어요. 저희가 나이가 들어서도 운동을 했을 때 일주일에 세 번씩 이런 연구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저희가 한 시간 정도씩 유산소 운동을 해요. 그런데 그걸 6개월 정도 했을 때 뇌에 기억과 관련된 해마라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그 해마 부피가 2%가 증가되었다. 이런 연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했는데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가 더 성장한 거예요. 그런 식으로 우리가 운동을 하는 게 뇌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고, 뇌 연결망을 만들고, 실제로 늘어나게 할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직접 연결이 됩니다.
◇ 이성규> 좋은 정보가 된 것 같네요, 지금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근데 교수님께서는 지금 학교 강의, 연구 외에 또 다른 신체 활동 하시는 게 있나요?
◆ 한소원> 저는 뭐든지 하는 걸 좋아해서, 제가 음악도 하고 합창단도 하고 제가 합창단에서 단장이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수합창단이 있거든요. 사실 노래를 그만큼 못 하는데요. 단장님이 이번에 정년 퇴직하셔서 저한테 맡기셔서. 그런데 그런 것도 활동을 같이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합창도 그렇고 악기 연주도 하고.
◇ 이성규> 어떤 것 또 하세요?
◆ 한소원> 제가 드럼 하고요. 드럼이랑 베이스 기타 하는데요. 그래서 저도 드러머라고 불리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누가 얘기하면 드러머라고. 굉장히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즐겁고. 하면 되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정서적으로도 좋고 신체 활동도 되고.
◇ 이성규> 그러니까 드럼하고 베이스 기타, 합창, 그다음에 또 몸 막 쓰는 건 없으세요?
◆ 한소원> 저희 학교 동아리에서 댄스 스포츠 이런 것도 좀 했었고요. 코로나 때문에 사실 줄인 게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도 하고. 저는 걷는 거 좋아하고 살짝 조깅도 하고 여러 가지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어떤 것이 새로운 것의 기준인지?
◆ 한소원> 저희가 새롭다는 게, 저는 이런 걸 음악이나 이런 걸 좋아해서 음악 배우고. 제가 또 유튜브 같은 거 직접 편집도 하거든요. 그래서 음악 유튜브 이런 거, 제가 1인 밴드 해서 혼자 이것저것 다 해서 편집해서 만들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럼 저도 유튜브 편집을 안 해보다가 그걸 새로 시작을 하는 거죠. 할 줄 모르니까. 또 다른 유튜브를 보고 이걸 어떻게 하는 것인가. 다 배워서 몇 날 며칠이 걸리는데, 그걸 또 새로 배워서 해요. 이런 거 새로운 거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다음에 뭐 배울 거 없나, 어디에 가서. 그런 걸 굉장히 열심히 궁리를 합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 교수님, 우리가 이때쯤 노래를 하나 듣거든요. 어떤 노래 하나 추천하시겠어요?
◆ 한소원> 제가 재즈 같은 거 좋아하는데요. 이거는 가벼운 재즈로 <Cheek To Cheek>.
◇ 이성규> 누가 불렀죠?
◆ 한소원> 엘라 피츠제럴드랑 루이 암스트롱이 같이 부르신 노래인데요.
◇ 이성규> 네, 그러면 한소원 교수님이 추천하신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Cheek To Cheek> 듣고 오겠습니다.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 / <Cheek To Cheek> Play
◇ 이성규>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Cheek To Cheek> 듣고 오셨고요.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님입니다 한소원 교수님, 지난해 10월에 책을 쓰셨더라고요.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 이건 또 무슨 심리학이에요?
◆ 한소원>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 그럼 사람들이 좀 물어보시더라고요. '나이를 도대체 어떻게 이겨?' 그러는데. 이 책은 이제 막 나이 들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근데 우리가 누구나 다 나이가 들잖아요. 나이가 들 때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 것인가. 또 어떻게 현명하게 우리가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 이성규>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 한소원> 그러니까 여러 가지가 있어요.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그러니까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제가 이제 말씀드리면 주변에서 '그래. 나이를 이기는 법 한 가지만 말해봐' 이렇게 얘기를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제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다각적인 방면에서 정서적인 면, 또 인간관계, 그 다음에 또 새로운 걸 배우는 것, 운동,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저희가 이걸 바라봐야 될 것 같아요.
◇ 이성규> 새로운 걸 배우는 부분에 대해서 여러 번 말씀하시네요, 오늘?
◆ 한소원> 네.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특히 나이가 들면서 '이제 새로운 걸 하긴 뭘 해' 이런 생각들을 하시는 경우도 있거든요. 근데 그거는 저희가 정말 주의해야 될 점인 것 같아요. 우리가 계속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 활발하게 신체 활동을 해야 되고 또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되고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이성규>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새로운 분을 만나서 노년, 노화 이런 부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한소원> 너무 좋으신 것 같아요. 준비가 철저하게 되고 계시네요.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게, 꼭 너무 아주 끈끈한 관계, 절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약간 느슨한 관계, 이런 관계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 이성규> 노년, 노화 이런 얘기들이 그 책에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은데, 책 이야기 조금만 해 주시겠어요?
◆ 한소원> 저희가 사실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하죠. 그런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런데 저희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까 또 현재를 놓치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특히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노화, 노년 준비를 한다. 이렇게 될 경우에 경제적인 걸 준비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제일 먼저 하시잖아요. 당연히 중요한데. 만약에 백세 시대라고 했을 때 저희가 65세. 60세나 이때 은퇴를 한다고 치면 그러면 그 이후의 삶은 35년, 40년 이 정도까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럴 때 저희가 그 기간을 경제적으로만 안정되면 우리가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것이냐. 또 그런 건 아니잖아요. 어릴 땐 계속해서 목표를 세우고 또 그 목표를 위해서 추구해 나가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이제 후반전이고 이제는 그냥 쉬어야 되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데. 노년기가 쉬는 기간은 아니죠. 도대체 언제가 노년일까. 이 생각부터 좀 다시 하는 게 우리가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이성규> 노년의 행복. 행복하게 살자, 그러시면서 현재 가치를 되게 중시하시나 봐요?
◆ 한소원> 네. 저희가 마음가짐도 중요하고 우리가 어떻게 내 인생을 바라보느냐. 또 현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고요. 미래는 저희가 계획을 세우면서 목표를 세우고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한데요. 그 계획이나 목표나 의미도 지금, 이 순간에서 가까운 시점부터 생각하는 게 더 좋습니다. 우리가 삼십 년 후에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희생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에서 즐거울 수 있어야 그래야지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요즘 MZ세대가 지금 교수님 주장과 조금 비슷한 삶으로 가는 것 같아요.
◆ 한소원> 그런가요? 그런데 그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이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순간에 우리가 가치 있는 걸 찾고 이 순간에 또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미래를 준비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많이 하는 얘기인데, 어릴 때 저희가 이렇게 물어보잖아요. '너 커서 뭐 될래'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 아이가 10살짜리한테 '너 스무 살, 서른 살 때 뭐 할래' 이렇게 물어보잖아요. 저희가 60이나 70이 되면 '앞으로 10년 후에 뭐 하실래요' 이렇게 안 물어보잖아요. 근데 그것도 우리가 계획을 세울 수 있죠. 우리가 칠십 살 때, 그 이후에 10년이나 똑같이 가치 있는 삶이잖아요. 그래서 그 순간순간 그 시간을 다 가치 있게, 의미 있게 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성규> 근데 교수님 소개해 놓은 글을 보니까 과거에 암 투병을 하셨더라고요?
◆ 한소원> 네. 제가 유방암 3기로 수술도 하고 항암도 하고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에 고생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서울대에 처음 올 때가 2015년인데 그때가 방사선 치료까지 이제 막 급하게 끝내고 치료 끝나고 이틀 만에 비행기 타고 왔거든요. 그래서 사실 처음에 왔을 때는 머리가 다 빠져서 가발을 쓰고 다녔어요. 그래서 강의도 가발 쓰고 강의하고 그랬었어요. 그때는 좀 힘들기도 하고, 또 그 힘든 가운데서 뭔가 또 해야 된다.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했었습니다.
◇ 이성규> 그런데 그 암 투병과 지금 현재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것과 관계가 있나요?
◆ 한소원> 네. 그때 사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오래 살지 못할 수 있겠구나. 저희가 평소에 그런 생각은 잘 안 하고 살잖아요. 그냥 우리가 나이 들어서까지 오래 오래 살겠지, 뭐. 이런 걸 우리가 그냥 당연히 가정하고 사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구나. 이게 몇 년일지 알 수 없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랬을 때 더 사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그 수밖에 없구나. 그러고서 거기서 또 기쁨을 찾을 수가 있고. 그래서 더 가치 있게 살아야 되겠다,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지금 어려움에 당했거나 투병을 하는 분들이 이 방송 듣고 계실지 모르는데,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 한소원> 그때 사실 항암이 제일 힘들었어요. 항암 하는 게 사실 한 마디로 독을 뿌리는 거죠. 독을 뿌려서 암 세포를 죽이는 건데. 그러다 보니까 다른 세포들도 같이 떨어지는 거니까요. 굉장히 힘들고 그때는 막 삶의 의욕이 안 생기더라고요, 이게 너무 힘드니까. 근데 거기서 또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을 열심히 했는데요. 목표를 잡고. 제가 사실 그때 교회에서 기타 쳤거든요. 베이스 기타. 그래서 내가 이번에 어떻게든지 일요일에 기타를 치러 가리라. 그렇게 그런 것도 좀 목표를 잡고 있었고. 수업도 사실 한 번도 빼먹지 않았었어요. 수업 제가 병가를 내도 됐는데 또 이렇게 목표가 있는 게 또 움직이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그중에서도 약간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머리가 빠져서 가발을 쓰거나 모자를 쓰거나 이렇게 다녀야 됐었는데. 약간 가발도 펑크 스타일 이런 것도 좀 써보고, 평소에 안 하던 거, 이런 것도 좀 하고요. 그래서 뭔가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 학생들은 말이 많거든요. 막 오버해서 말을 하기 때문에 제가 가발 이런 걸 쓰고 가면 또 와서 막 '아이 러브 유어 헤어(I love your hair)' 해요. 그러고 또 한참 얘기를 해요. 아프다는 얘기는 학생들한테 하지 않았지만, 그러면 또 이제 그것도 그냥 재미로 약간 유머 같은 걸 찾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 이성규> 끝으로, 갈수록 행복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줄어들고 있는 세상인 것 같은데요. 청취자 여러분들께 마지막 말씀 한번 해 주시죠.
◆ 한소원> 정신건강 문제가 되게 심각해지고 또 사람들이 '외롭다' 이렇게 호소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뇌의 기재를 보면, 저희가 약간 부정적인 게 뇌의 기본 기재예요. 원래 뇌라는 게 살아남기 위한 게 뇌의 기재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처하게끔 부정적이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그냥 부정적이 돼요.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나쁜 생각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나쁜 생각이나 이런 거 자꾸 되풀이하거나 반추하지 말고. 또 그런 일이 있을 때 몸을 움직이고. 저희가 나쁜 생각이 나면 '아, 그냥 뇌가 원래 그런가 보다. 우리가 또 이제 다른 걸 해보자'. 나가서 움직인다거나 운동을 해 본다든지,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아니면 또 새로운 사람들하고 만난다든지. 이렇게 사회적 연결이 또 아주 중요하고요. 그리고 봉사활동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고요. 봉사활동이 그렇게 뇌에 기쁨을 주는 기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서울대학교의 한소원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한 교수님 오늘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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