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배추가 효자 상품으로... '못난이 김치'의 반전

한덕동 2023. 1. 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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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폐기 농산물 활용 '못난이' 상품화
첫 출시 김치 인기 폭발, 해외까지 수출
김영환 "저가 중국산 맞서는 의병 김치"
3월부터 사과·감자·복숭아 등 품목 확대
충북 고유 상표인 '못난이 김치'가 지난달 1일 출시됐다. 이날 청주의 한 김치공장에서 충북도와 공장 관계자들이 모여 못난이 김치 첫 출하를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을 가졌다. 충북도 제공

충북산(産) ‘못난이 김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하자마자 요식 업계를 사로잡더니 곧바로 해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버려지는 배추를 이용해 충북도가 지난달 1일 출시한 충북 고유의 김치 브랜드다. 도는 가격 폭락 등으로 폐기되는 농산물 소비를 활성화해 농가를 돕고 지역경제도 살리자는 취지로 ‘못난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새해 들어 못난이 김치의 일본 수출이 성사됐다. 일본 유통업체인 ‘에이산 예스 마트’가 못난이 김치 10톤을 수입, 이달 말부터 일본 내 24개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못난이 김치는 베트남과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수출은 K-마켓이 맡기로 도와 협약했다. K-마켓 관계자는 “우선 하노이 도심 매장에 못난이 김치 1호 안테나숍(상품판매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이나 도매상이 직영하는 소매점)을 열고 판매를 시작한 후 반응이 좋으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K-마켓은 베트남 내 136개 대형 매장을 갖고 동남아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유통 업체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는 홈쇼핑을 통한 수출을 타진 중이다. 도 관계자는 “LA 홈쇼핑 업체와 우선 10톤가량의 김치 특판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환(왼쪽) 충북지사와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8일 청주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못난이 김치 판매·소비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못난이 김치는 가격이 착하고 맛도 좋아 외식업소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충북도 제공

국내 시판도 확대되고 있다. 새해 들어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GS마트가 설 명절에 맞춰 못난이 김치 100톤을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청주와 충주 등지의 6차산업 안테나숍 4곳에서 이달 들어 못난이 김치 판매를 시작했다.

도는 반응이 좋은 외식 업소를 대상으로 판매 물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달 초 못난이 김치가 출시되자 외식 업체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주문을 받은 결과, 6시간 만에 예정 물량 10톤이 순식간에 동나 버렸다. 이에 따라 못난이 김치 10㎏들이 1,000상자가 전국 곳곳의 음식업소로 팔려 나갔다.

못난이 김치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못난이 김치는 10㎏ 한 상자에 2만9,000원대로, 시중가(3만5,000원 선)보다 20%가량 저렴하다. 도는 공공일자리 사업인 ‘도시농부’를 배추 수확 작업에 투입하고, 수확한 배추를 직접 김치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제조 원가를 낮추고 있다. 김치는 예소담, 이킴 등 맛 좋기로 유명한 업체들이 위탁 생산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김영환 충북지사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고향 괴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버리는 농산물을 값싸게 사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전국적인 과잉 생산으로 많은 양의 배추가 밭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한 뒤 못난이 사업을 본격화했다.

김 지사는 못난이 김치 사업을 ‘의병 운동’에 빗댔다. 그는 “저가로 파고들고 있는 중국산에 맞서 ‘김치만은 우리 것을 먹자’는 김장 의병 운동”이라며 “중국 김치를 몰아내고 우리 농촌과 농업인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내 한 배추밭이 눈을 맞은 채 방치돼 있다. 배춧값 폭락세에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할 지경이 되자 농민이 수확을 포기한 것이다. 못난이 김치는 이렇게 버려진 배추를 수확해 만든다. 김영환 충북지사 페이스북 캡처

‘못난이’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자 충북도는 배추 외 다른 품목으로 대상을 넓혀 갈 참이다. 우선 오는 3월쯤 ‘못난이 사과’를 출시하기로 했다. 크기가 작거나 껍질에 흠이 있어 주스 가공용 등으로 헐값에 팔리는 것들 중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못난이 사과로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도내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15%가량이 상품성이 떨어져 주스 가공용으로 나가는데, 이 중 절반가량을 못난이 사과로 살려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오는 30일 농협 충북본부, 충주사과거점단지유통센터 등과 협의를 거쳐 가격과 판매방식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못난이 사과의 쇼핑몰 입점을 추진하는 등 마케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후 충북에서 생산되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복숭아, 마늘 등 다른 품목으로 못난이 상표를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앞서 도는 못난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어쩌다 못난이’ ‘착한 못난이’ ‘건강한 못난이’ 등 세 가지 브랜드를 충북 고유 상표로 등록해놓았다.

용미숙 도 농식품유통과장은 “못난이 사업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농민과 농산물을 지키는 못난이 상표에 공정의 가치를 담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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