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로 나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서도 온도 차

"주민들께 도움 주고파" 책방 매개 소통 구상
'서평 통한 메시지' 이어 친문 구심점 관측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자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양산=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달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동네책방지기로 나선다. 퇴임 후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서평을 통해 꾸준히 메시지를 발신해 온 문 전 대통령이 책방을 매개로 한 교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친문재인계에선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마을의 작은 주택 한 채를 리모델링해 오픈하려 준비 중"이라며 "책방 이름은 '평산마을책방' 정도로 생각하고 2월이나 3월에 문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구상은 이웃인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인데, 여기로 집을 정하면서 시위로 인한 소음에 욕설과 저주하는 언어들이 뒤덮어버렸다"며 "식당이나 카페, 가게를 하는 분들이 피해를 입는 걸 보면서 도움을 드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이에 책방을 매개로 한 학교 내 책 동아리나 인근 사찰인 통도사와 연계한 모임이나 평산마을의 도자기 장인들과 함께 하는 도자 체험 등을 구상 중이다. 마을 농산물 직거래를 매개하는 역할도 하려 한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전국으로 연대하는 북클럽을 통해 책 읽기 운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도 책방 일을 하고 책을 권하고 같이 책 읽기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무수업'을 소개하며 "나무들 사이의 우정과 복지 네트워크, 환경에 적응하며 숲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나무들의 함께 살기는 인간에게도 많은 지혜를 준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논의와 관련한 '좋은 불평등'을, 10월에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각각 소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책을 매개로 교류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인 정책연구포럼 '사의재'가 오는 18일 출범하는 것을 연결 지으면서다. 문 전 대통령의 책방이 정책연구포럼과 함께 친문재인(친문) 인사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이재명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그간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 오지 않았느냐"며 "서평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내왔는데 책방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실질적으로 SNS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며 현실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친문계 의원은 "평산마을을 방문하는 분들이 마땅히 쉴 데도 없고, 동네 주민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눌 만한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독서를 즐기는 문 전 대통령과 어울리는 북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의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