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디지털 대전환 이끈다"…토종 '농슬라' 대동의 DX 실험
서울 서초동 '스마트팜' 가보니
"생육 데이터로 '초개인형 식단' 만든다"
10m 높이 수직 재배기 '눈길'
'카메라 팔' 로봇이 생육 데이터 수집
기능성 작물 12종 '생육 레시피' 개발
식습관·신체조건따라 식단 맞춤화
"2025년 스마트 농업 플랫폼 선보일 것"
16일 찾은 서울 서초동 대동 서울사무소 5층 스마트팜. 약 10m 높이의 수직 회전형 스마트팜이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추, 근대 등 엽채류 식물이 심어진 12단의 재배 판은 태양광을 흡수하기 위해 위아래로 서서히 움직였다. 재배기 하단에선 팔 끝에 카메라를 탑재한 생육 촬영 로봇이 엽채류의 생육 상태를 이미지로 기록했다. 온도, 습도, 액상 비료량 등 식물 생육에 필요한 모든 인자는 자동화 설비를 통해 실시간 관리됐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된 후 대동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됐다.
‘국산 1호 경운기’를 시작으로 국내 1위 농기계 회사로 성장한 대동이 농업 디지털 대전환(DX)의 선봉에 섰다. 개인 맞춤형 식물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농업 플랫폼 서비스를 2025년께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품종별 생장 과정을 기록한 식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준공한 서초동 스마트팜은 스마트 농업에 대한 대동의 집념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서울사무소 옥상을 개조한 이곳은 면적 대비 생산량이 많은 12단과 5단의 수직형 스마트팜 2동과 스마트 온실 1동으로 구성됐다.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분배 및 냉난방, 비료 급·배액, 미스트 분사 등 식물 생장 설비를 모두 자동화해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수확한 작물은 같은 층에 마련된 사내 식당에 식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건물 옥상에 구축한 복합 광원형 스마트팜"이라며 "자연광과 인공광을 둘 다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 스마트팜의 주된 임무는 식물 생육 데이터 수집이다. 이곳은 식물 생장의 최적 조건을 조성한 덕분에 엽채류의 경우 노지 재배보다 최대 4배 정도 생산성이 높다. 그만큼 데이터를 모으는 속도도 빠르다. 대동은 육종, 파종, 생육, 수확까지의 재배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관계사인 대동애그테크와 협업해 ‘생육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대동애크테크는 대동이 지난해 현대오토에버와 설립한 합작회사로 스마트팜부터 자율주행 농기계, 농작업 로봇 등 농업 DX 관련된 사업을 추진한다.
대동은 생육 레시피를 활용한 초(超) 개인형 건강 솔루션 사업이 미래 농산업의 블루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유전자 정보 또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 건강에 최적화된 식단 및 식품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동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특수·일반 영양소를 대량 함유한 고기능성 작물의 생육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서초동 스마트팜에서 12개의 작물을 선정했다. 생육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작물의 기능성 성분을 극대화하기 위한 재배법과 품종 개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KT의 ‘KT 기가 스마트팜 사업’을 인수한 것도 플랫폼 기반의 농업 DX 속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다. KT 기가 스마트팜은 스마트 온실 설계 컨설팅 및 시공, 실시간 생육 환경 관제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6년 도입 이후 온실 및 노지 등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국내 370여 개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실제 농가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동이 구축하는 생육 데이터베이스의 대표성 및 다양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동은 신·구 사업을 가리지 않고 DX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동그룹의 자회사인 대동모빌리티는 작년 11월 대구에서 전기 트럭 등 연간 최대 14만5000대의 스마트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준공했다. 농기계가 주력인 대동은 올해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 및 콤바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동은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조1792억원으로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실적 신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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