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임순례 감독 "생명 해치지 않는 액션 하고 싶어"
황정민과 20여 년만 재회…"집중력과 에너지 대단"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일단 사람을 많이 죽이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총을 쏘거나 사람을 죽일 때 이유가 있는 액션을 해보고 싶었죠."
임순례 감독이 5년 만에 신작 '교섭'으로 관객과 만난다.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을 구하기 위해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앞세웠던 임 감독의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띤다. 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정통 액션신에 도전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생명을 해치지 않는 액션 분야가 있다면 다음에도 (액션 영화를) 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관객 입장에서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살인 같은 것들이 안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액션 영화라는 게 관객에게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거니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그런 걸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은 거겠죠."
이번 작품은 임 감독은 연출작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 영화이기도 하다. 제작비는 168억 원,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이다.
임 감독은 "손익분기점을 꼭 넘겨야 한다는 걱정을 오랜만에 하고 있다"면서 "이번 작품이 잘 되면 큰 규모의 영화를 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넓어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흥행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교섭'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소재로 했다. 2007년 개신교 신도 23명이 선교를 위해 아프간을 찾았다가 탈레반에 납치됐던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 당시 피랍자들은 정부가 여행제한국으로 설정했던 아프간을 선교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이유로 많은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임 감독은 "소재가 부담스러운 지점도 분명 있었다"면서도 "주제적 측면에서 뭔가 크게 생각해볼 수 있어 끌림을 느꼈다"고 연출을 맡은 계기를 밝혔다.
"꼭 종교적인 게 아니더라도 '내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신념이 과연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귀국시켜야 하는데, 그 책임을 수행하는 외교부나 국정원 직원은 어디까지 그런 소명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을 키워가며 만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는 피랍자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교부 직원 재호(황정민 분)와 현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에 집중했다.
임 감독은 "피랍자들에게 너무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영화의 초점이 불필요한 다른 논쟁으로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되도록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데 대해선 "아프간에 대해 알려진 게 굉장히 없다 보니 자료 준비도 힘들었다. 자문할만한 분들도 많지 않아서 관련 영상이나 책을 많이 찾아봤다"면서 "요르단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 코로나19로 그 또한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교섭'은 임 감독과 황정민이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20여 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다.
임 감독은 "정재호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황정민 배우가 해주면 참 힘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해왔던 역할이나 장르와 굉장히 다른데 흔쾌하게 출연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축적된 노하우가 많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작품에 임하는 집중력이나 에너지가 대단했어요. 20년 동안 굉장한 프로페셔널이 됐구나 싶었죠."
임 감독은 현빈에 대해서는 "액션 장면 대부분을 현빈 씨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운동 신경, 액션에 관한 감각이 엄청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교섭'은 전날 오후부터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임 감독은 "관객의 기대에 감사하다"면서 "'유령'도 저희 영화도 완성해놓고 2년 가까이 기다렸던 만큼 같이 (2023년의) 첫 출발을 잘 끊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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