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바이든” vs “날리면”…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법잇슈]

이희진 2023. 1. 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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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장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한동안 우리나라 사회를 휩쓸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방송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고, MBC가 OOO을 바이든이라고 해석해 윤 대통령이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당시 MBC는 해당 발언에 자막을 달았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달라.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2022년 9월2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실과 MBC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외교부는 지난해 말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언중위가 조정을 시도했으나 조정 또한 결렬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결국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MBC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는 ‘외교부 대표자 장관 박진’이며 피고는 ‘주식회사 문화방송 대표이사 박성제’다.

외교부 당국자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이에 관련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교부는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 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MBC 보도에 가장 큰 피해자인 바 소송 당사자 적격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MBC는 허위 및 왜곡보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MBC는 외교부가 지난해 언중위에 정정보도 청구를 하자 “허위 보도가 아닌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정보도는 어렵다. 대통령실의 반론도 후속 보도를 통해 충분히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①외교부에게 원고 적격이 있는지 ②원고 적격이 있다면 MBC 보도가 허위·왜곡보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우선 MBC 보도로 피해를 입은 이를 윤 대통령으로 좁게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 정부도 피해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원고 적격 여부가 갈린다. 만약 법원이 원고 적격을 좁게 해석해 윤 대통령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외교부 소 제기는 각하된다. 각하는 소송이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처분이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면 원고 적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 연합뉴스
법원이 외교부에게 원고 적격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본안 심리가 진행된다. 여기선 MBC 보도를 허위·왜곡보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외교부가 허위·왜곡보도를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 진행 경험이 많은 강호석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경우 (원고가) 법원에서 이기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MBC 보도가) 허위보도라는 게 명확히 입증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재판부가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판부가 본안 심리에 착수한다면 소리공학 전문가 등에게 감정을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도 단순히 영상 및 녹취록만 보고 이번 사안을 판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요청한 뒤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정부가 정권 초기 언론을 상대로 일종의 ‘기강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기본권의 일종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이에 걸맞는 객관적 사정이 입증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번 소송으로 정부가 법적으로 얻을 건 없을 것 같다”며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건 보도하지 말라는 일종의 정치적 액션을 (정부가) 취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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