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의 관찰] 자리이타(自利利他)

2023. 1. 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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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필자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한 것은 필자에게 행운이다. 처음부터 경제학을 좋아하고 두둔한 것은 아니다. 경제학을 ‘비정한 학문’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필자에게 있었다. 대학 입학 후 첫째 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제학 원론’을 수강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은 시장 가판대에 올려있는 사과를 훔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지가 훔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다. 대통령이 거지보다 착해서가 아니다. 둘 다 이기적이다. 하지만 두 명에게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차이점은 비용이다. 대통령은 사과를 훔쳤을 때, 너무 큰 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거지가 훔쳤을 때 내야 할 비용은 적다.” 여기서 비용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명예의 실추, 권력의 상실… 물론 이에 따른 금전적 손실도 클 것이다.

필자에게 솔깃하게 다가왔던 다른 하나의 설명이 있다. ‘대통령이 거지보다 착해서가 아니다. 둘 다 이기적이다!’라는 것이다. 교수님은 ‘인간이라는 이기적 생명체가 비용을 고려하면서 행동한다.’라고 주장하고 싶으셨던 거다. 거부감을 느꼈다. 비정한 경제학!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은 경제학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이 경제학을 선택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모르던 부분을 차츰차츰 알게 되면서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감사한 일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행위는 다른 생명체의 행위와 그리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총, 균, 쇠’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J. Diamond) 교수는 인간을 ‘제3의 침팬지’라 하였겠는가.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가 1.6%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수긍할 수 있는 작명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로 ‘제3의 침팬지’를 추가할 수 있다].

경제학의 패러다임은 인간의 합리성에 둔다. 합리성의 주요 특성은 사익(self-interestedness) 추구이다. 이에 동조하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의 개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R. Trivers) 교수는 “인간이나 동물은 사익 추구를 위해 행동한다.”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 Dawkins) 교수는 그의 명저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은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이기적인 생존 기계”라고 주장한다. 생명체가 합리적인지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생명체의 사익 추구에 동의한다.

위에 언급한 학자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협력한다.’라는 것이다. 생명체가 협력하는 상황은 자주 목격된다. 개미와 아카시아가 협력하는 사례를 들어보자. 초식동물이 아카시아에 다가오면 개미는 집단 공격을 가해 아카시아를 보호해 준다. 아카시아와 개미의 협력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아카시아도 개미에게 무언가를 선물해야 한다. 아카시아는 줄기에 꿀 자루를 달아서 개미를 위한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다. 심지어, 개미들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살도록 허락한다. 협력은 개미에게 한정된다. 아카시아는 염소나 영양이 자신을 뜯어 먹으려 하면 나뭇잎의 타닌 성분과 단백질을 결합하여 소화하기 어려운 성분으로 바꾼다. 아카시아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을까? “염소야, 영양아. 너희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도움을 주렴.”

트리버스 교수는 이기적인 개체들이 서로 협동하는 것은 호혜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생명체가 서로 돕는 것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상호적 호혜성’이다. 이기심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있으니 말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사익 추구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은 덧붙인다. 사익의 추구를 혼자서는 할 수 없음을!

자리이타(自利利他)란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나의 이익은 남을 이롭게 하는 데서 나온다. ‘남을 도움으로써 사회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사회적 질서는 상호적 호혜성으로부터 발현될 수 있다. 경제학은 알려준다,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옆에 있는 사람이 잘되어야, 내가 잘될 수 있음을…. 안 그런가? 동의한다면,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박성훈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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