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결 안 맞았던 황정민→아름다웠던 현빈 변신"…임순례 감독, 문제작 '교섭' 선택한 이유(종합)

조지영 2023. 1. 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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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민감한 소재를 과감하게 선택한 임순례(63) 감독. 그가 2023년 설 극장 가장 뜨거운 문제작으로 컴백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18) 이후 범죄 액션 영화 '교섭'(영화사 수박 제작)으로 5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임순례 감독. 그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교섭'을 연출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진정성을 털어놨다.

'교섭'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피랍 사건으로 기록된 2007년 7월 발생한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영화화했다. 정부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아프가니스탄에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이유로 현지에 입국했다가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힌 사건으로, '교섭'은 교인들이 탈레반에 피랍된 사건보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들을 구하기 위한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사활을 건 사람들의 악전고투를 다뤄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이날 임순례 감독은 "원래 나는 4년마다 신작을 만들어서 흔히 '올림픽 감독'이라고 불렸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5년 만에 개봉하게 돼 그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오랜만에 개봉해 긴장되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예산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 했을 때 예산이 15억원이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촬영하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산이 증가된 부분이 크다. 그리고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만들다 보니 '교섭'은 '리틀 포레스트'보다 10배가 더 많이 들어 뒤늦게 현타가 왔다"고 웃었다.

액션이 난무하는 블록버스터, 그리고 민감한 소재를 다룬 '교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순례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제작 규모가 큰 영화라 분명히 이 안에서 상업적인 요소를 고려 안 할 수 없었고 그 사이에서 상업적인 부분과 실화에 대한 민감성의 중심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 제일 크더라. '교섭'에는 실화 속에 담긴 종교적인 신념을 영화 속에서 많이 담지 않았다. 다만 기독교적인 부분과 탈레반의 신념을 가진 이들이 극단의 무엇을 따르는데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또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가서 목숨이 달린 지경에 처했을 때 국민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목숨을 구하느냐에 보다 국가의 책임을 말하고 싶었다. 잘못에 대한 이후의 잘못을 따지는 게 맞지 않나? 내 자식이 밖에서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일단 집 안에 데려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훈육을 하듯 국가의 책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어디까지 그런 소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영화적인 상상력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큰 규모의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의해 납치가 됐다. 정부의 협상에 의해 2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나머지는 안전하게 귀국을 했다는 부분만 영화로 가져왔다. '교섭'의 나머지 부분, 예를 들어 협상 전문가의 외교관이나 국정원 인물, 통역 등은 완벽하게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이다"며 "실제 사건 때는 국정원이 노출이 되면 안 되는데 노출도 된 일도 있었고 협상 과정도 지리멸렬한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당연히 정부가 금지한 나라에 선교를 하러 간 분들이 잘 못 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 부분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면 불필요한 다른 논쟁으로 갈 것 같았다. 가급적이면 그런 부분을 떠나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노력을 했다. 소재가 가지고 있는 양날의 측면이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상업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크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2년 만에 재회한 황정민에 대해 "황정민은 굉장히 상업적인 배우다. 특히 그동안 작품에서 액션을 많이 소화했고 사람을 죽이고 때리는 영화를 많이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와 결이 안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출하는 영화와 어울리는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캐스팅 제의를 할 상황도 안됐다. 그런데 이번 '교섭'은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물론 황정민이 멀끔한 외교관 역할과 맞지 않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가 필요했고 '교섭'에서는 그 중심이 정재호라 생각했다. 그 역할을 황정민이 해주면 힘이 있겠다 싶었다. 고맙게도 황정민 역시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캐릭터와 다른 지점이 있었지만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현빈과 첫 호흡에 대해서는 "현빈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고 싶었다. 항상 아름다운 캐릭터만 연기했는데 좀 더 거칠고 자유로운, 늘 보는 국정원이 아니라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교섭'에서 현빈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작은데도 현빈은 황정민과 같이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고 그 타이밍이 잘 맞아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곱씹었다.

영화 속 탄성을 자아냈던 현빈의 훈훈했던 과거 신을 비롯해 상반신 노출이 담긴 샤워 신 등을 언급하며 "현빈의 팬이 현빈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교섭'에서는 그 부분을 잘 활용했다. 현빈도 '교섭'을 통해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려고 한 것 같다. 굉장히 꼼꼼하게 준비했다. 여성 관객이 현빈의 매끈한 모습만 보다 수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됐지만 시사회를 통해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잘 받아주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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