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때리면 그냥 맞아라?…한국만 없는 '파업 방어권'

정한결 기자 2023. 1. 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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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시 기업이 방어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체근로가 국내에선 전면 금지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노동계는 대체근로 허용이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체근로 금지는 오히려 파업권 남용의 원인"이라며 "사용자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현저하게 제한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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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동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3.파업 하기 쉬운 나라④대체근로 전면 금지로 파업에 속수무책


노조 파업 시 기업이 방어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체근로가 국내에선 전면 금지돼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들에게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가운데 국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도급 또는 하도급이나 파견을 사용할 수 없어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1953년 노조법 제정 이래 70년간 금지돼왔다.

주요 선진국들은 대체근로를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처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교적 기업의 입김이 센 미국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이 없다. 경제적 파업에 대해서는 일시적·영구적으로 대체근로가 가능하다. 영국도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파견근로자의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법안이 있었지만 2016년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독일의 경우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지만 신규채용과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한다. 파업불참자의 대체근로 거부권을 허용하는 판례도 있다. 일본 역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대체근로를 금지하지만 내부직원 대체 및 신규채용을 해도 문제가 없다.

노동계 힘이 강력한 프랑스는 미국·영국·일본보다는 규제가 많지만 기업이 숨 쉴 틈은 마련했다. 프랑스는 기간제노동자 신규채용과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대체근로는 금지하지만 신규채용과 외부 도급업체를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한다.

재계는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국내 노동법이 대체근로를 금지하면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매년 파업을 벌여도 기업이 이에 방어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협상력도 상실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노동계는 대체근로 허용이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체근로 금지는 오히려 파업권 남용의 원인"이라며 "사용자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현저하게 제한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 12일째인 지난달 5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2022.1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로 지난해 6월 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파업을 경고하자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에 근무명령을 내렸다. 공무원인 집배원에 근무명령을 내려 대체근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집배원 노조는 "집배원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해 파업을 무력화 시킨다"며 거부했다. 결국 우정사업본부는 파업 예고일 하루 전 노조 요구대로 계약 정지·해지 조항을 위탁계약서에서 빼고, 수수료 3% 인상에 합의했다.

파업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손실로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 신뢰도 하락과 이미지 훼손 등 간접적인 손실까지 초래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손실액이 10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간접적인 손실까지 포함된 수치로, 당시 파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기업들도 피해를 우려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은 신뢰 산업으로,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국가 신뢰도·브랜드와 연결된다"며 "글로벌 선사들이 파업 우려로 부산항을 '패싱'하면 그 손실 규모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파업의 여파로 부산항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산업현장에 만연한 과격한 투쟁 중심의 노조활동과 힘의 논리에 집착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생산적 노사관계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체근로 허용이 필요하다"며 "주요 선진국과 같이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한 사용자의 방어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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