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이 WBC 대표팀에…"초반부터 치고 나갑시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야구 대표팀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시원한 홈런포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많은 이가 화려한 순간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화려한 축포를 쏘기 전까지, 이승엽 감독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고통과 부담감을 견딘 원동력은 '책임감'이었다.
누구보다 태극마크가 안기는 부담감을 잘 알지만, 이승엽 감독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또 한 번 '책임감'을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의 제41회 창단 기념식이 열린 1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우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 야구 인기가 높아졌다. 그때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에 많이 뽑혔다"며 "국제대회 성적은 한국 야구 인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2023 WBC 성적에 한국 야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타자' 이승엽은 한국 팬들을 울렸다. 자신도 울었다.
이승엽 감독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한다"고 했다.
2008년 8월 22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이승엽 감독은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포를 쳐냈다.
역전승을 일궈낸 이승엽 감독은 경기 뒤 펑펑 울었다.
이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장면이다.
이승엽은 "예선리그에서 너무 부진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삼진-병살타-삼진으로 세 타석을 보냈다"며 "정말 미칠 것 같았는데 절박한 순간에 홈런이 나왔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떠올렸다.
포문이 열리자 거칠 것이 없었다. 이승엽 감독은 다음 날(8월 23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초 결승 투런포를 쳐냈고, 한국 야구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타자 이승엽'이 남긴 기록적인 순간은 또 있다.
이승엽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일본과 3·4위전에서 8회 2타점 결승 2루타를 쳤고, 2006년 WBC에서는 일본, 미국을 상대로 홈런을 치는 등 5개의 아치로 대회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 감독의 국제대회 성적은 169타수 50안타(타율 0.296), 11홈런, 49타점이다.
힘겨운 순간은 많았지만, 이제 이승엽 감독은 국제대회를 떠올리며 농담도 던진다.
이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주목받으려면 초반에 못 치다가, 막판에 잘 치면 된다"고 '경험담'을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2023 WBC 대표팀은 아찔한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랐다.
이승엽 감독은 "나는 몇몇 국제대회에서 초반에 부진하다가, 막판에 홈런을 쳐서 주목받았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초반부터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태극마크 앞에서는 '구단 이기주의'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이승엽 감독은 "(WBC 대표팀에 뽑힌 두산 선수 3명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곽빈, 정철원 등 투수 2명은 평소보다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경험 많은 포수 양의지가 함께 대표팀에 뽑혀서 안심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우리 팀 선수가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아쉽긴 하다. 우리나라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당분간은 두산 선수라는 생각은 잊고, 대표팀을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 대표팀 승리를 위해 팔이 빠지도록 던지고, 웃으면서 두산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WBC가 열리는 3월 초에 완벽한 몸을 만들긴 어렵지만, 우리 대표 선수들은 할 수 있다"며 "개인보다는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길 바란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 많은 팬의 박수를 받길, 나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거듭 2023 WBC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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