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걷는 회계개혁...개선안 도출 ‘난항’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3. 1. 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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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지정제 놀고 업계간 갈등심화
접점 찾기 쉽지 않아...공청회도 연기

정부가 추진 중인 ‘회계개혁’ 개선과제와 관련해 상장사(기업)업계와 회계감사업계의 이견이 갈수록 커지면서 최종 결과 도출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분위기다. 쟁점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자유선임기간을 확대하는 안이 고려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회계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한국회계학회가 진행 중인 연구용역도 최종 결론을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16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기업·회계업계 학계 등은 지난해 9월부터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2018년 도입된 신 외부감사법 개정안의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안은 ▲표준감사시간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주기적 감사인 이정에 등이다.

이 가운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게 된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을 규정한 제도다. 또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내부에 마련한 회계통제시스템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정과제에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를 선정한 정부는 감사인 지정제 등을 손보면서 시행 4년이 지난 뒤 회계개혁이 어느 정도 안착됐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진단을 꾸렸다. 신외부감사법을 두고 기업계와 회계업계 간의 물밑 갈등이 커진 것도 한 몫했다.

특히 기업들은 현행 ‘6+3’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놓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회계업계의 입장은 ‘감사 독립성 강화’라는 신외감법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를 그대도 시행해야한다고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추진단이 도출하려는 개선안에 주기적 지정제의 자유선임 기간을 6년에서 9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나오자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회계업계에서는 중소형 회계법인의 반대여론이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선임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특정 회계법인과의 계약관계가 이어져 다른 회계법인들에게는 수임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회계법인들 간 과당 경쟁으로 이어져 이에 따른 감사보수 인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그간 회계감사보수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이는 객관적으로 낮았던 감사보수의 정상화”라며 “그러나 지난해 주기적 지정 3년이 끝나 올해 자유선임에 들어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법인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감사보수가 주기적 지정 때와 비교해 20~30%정도 깎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유선임기간의 확대는 감사보수 정상화의 역행할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회계업계는 전보다 엄격하고 투명한 회계감사가 필요해지는 시점에서 자유선임기간의 확대는 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연구용역을 진행하던 회계학회와 추진단을 운영 중인 정부는 회계업계 반발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밑에서 상호 이해적인 호응관계로 개선책에 대한 의견을 오고갔는데, 일방적인 의견이 확정 사실인 마냥 나와 의견 접점을 찾기가 가시 어려워진 상태”라며 “종합적인 합의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당초 이르면 1월에 ‘회계 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토대로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자유선임기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이달 예정됐던 공청회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계획대로 1월에 결론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2월 공청회 이후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는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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