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2023] 3년만에 얼굴 맞댄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기술 거래 장터...국내 기업들 ‘기지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해외 제약사와 기술 수출·이전 논의
“한국 기업은 정직이 강점”…해외기업들 속도·품질 강조
9일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는 K-제약·바이오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열띤 투자 유치와 수출 활동을 벌였다. 이 행사는 기술 이전과 인수합병 등이 실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주가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로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3년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린 이번 행사엔 국내기업 46곳을 포함해 550개 기업, 투자자 1만명이 참여했다.
◇ 동향 수집보다 해외 제약사 미팅에 주력
국내 기업들은 2년간 비대면으로 열린 한계점을 토로하며 대면으로 재개된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바이오의 ‘속도와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달 12일 폐막을 앞두고 만난 유성열 지놈앤컴퍼니 사업개발그룹 상무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아 3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참석했다”라며 “기술 이전과 수출을 충분히 논의하는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세션 참여를 통해 글로벌 동향 수집에 나서기도 했지만 대부분 해외 제약사들과 만남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호필수 JW중외제약 사업개발 수석상무는 “새해 연초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이다 보니 올해를 관통할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었다”면서도 “해외 기업들과 미팅을 가지는데 좀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센스 인-아웃(기술 이전·도입) 관련 다국적 제약사 10개 이상과 논의를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역시 “그동안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에 관심을 보여왔던 글로벌 기업들과 미팅으로 세션을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총 20개가량의 국내외 기업과 미팅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이찬규 유바이오로직스 연구본부장 전무도 “세션보다는 글로벌 제약사와 미팅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양은영 차바이오그룹 BD(사업개발)본부장 전무는 “기업 입장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빅파마, 바이오업계가 모두 모이는 자리인만큼 네트워킹과 파트너링에 집중된 행사로 기업별 세션을 듣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라며 “콘퍼런스의 메인은 별개로 이뤄지는 투자자 미팅”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으로 2013년부터 해마다 콘퍼런스에 참가 중이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상장사들이다 보니 구체적인 계약 내용들을 당장 밝히기 어렵지만 상당 부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 ‘속도’와 ‘품질’ 신뢰”
해외 제약사들 역시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훈택 대표는 “과거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링을 오래해봤는데 기술이전 관련으로 미팅을 제안한 업체는 두 개 부류”라며 “기술에 실제 관심이 있거나, 기술 수준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견제 차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는 곳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8월 중국 한소제약에 최대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자궁내막증 치료제를 기술수출한 바 있다. 올해 2월 임상 시료 제조공정 기술이전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150만달러(약 190억원)를 받기도 했다.
스위스 론자 피에르 알랭 뤼피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신뢰감을 준다”라고 평가했다. 약속했던 기간에 맞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속도’와 ‘품질’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론자는 매출 기준 세계 1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기간에 맞춰) 생산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객사에 지난해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전달했고, 이미 6개월을 앞당긴 상황에서도 약속한 일정에 맞춰 생산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행사와는 별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테크 쇼케이스 2023′에도 참가했다. 이 행사는 바이오젠과 존슨앤드존슨(J&J) 등 글로벌 제약사가 후원하는 행사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간 기술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령, 한미약품, 유한양행, LG화학 등 46개사 참석했다.
이번 콘퍼런스 기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쌓은 기업들의 ‘빅딜’이 이어졌다. 미국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인스타팁’에 약 5억6200만파운드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심장질환과 신장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기업 신코파마를 총 18억달러 규모로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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