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폐암으로 떠난 父 통해 겪은 성장기, ‘오매라’로 꺼내와”[EN:인터뷰②]
[뉴스엔 박정민 기자]
배우 김서형이 '오매라'를 통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매라')는 대장암에 걸려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 다정(김서형 분)을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 창욱(한석규 분)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강창욱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에세이가 원작이다.
김서형은 워킹맘 정다정으로 분했다. 출판사 대표인 정다정은 대장암 판정을 받은 후 남편 창욱이 직접 요리해 준 음식을 먹는 데서 행복을 찾는 인물이다. 그간 강렬한 캐릭터를 도맡았던 김서형은 인생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다정이 느끼는 행복과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1월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오매라' 인터뷰에서 김서형은 '오매라'를 통해 건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서형은 "병원에서 나쁜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 건강해야 내가 더 좋은 일을 하긴 하겠지만 건강하려고 죽을 듯이 연기를 안하는 선택지는 저에게 없는 것 같다. 죽을 듯이 뭘 했는데 그걸로 인한 뭐가 생겨도 슬프지만 슬프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할 때마다 초를 켜서 촛불을 태워서 초의 끝까지 타는 모습을 봐야 하는가 내 모습에 힘들 때가 있는데 건강 문제는 나중의 문제인 것 같다. 천성이 그런 것 같다. 일을 안 할 때는 필요없는데 일할 땐 초를 태워서 자존감이든 자존심이든 한꺼번에 올렸다가 끝낼 때 다 태운다. 그 외엔 특별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일할 때만큼은 그 수치가 엄청 높았다가 떨어지는 것 같다. 새 초를 태웠다가 끄고, 새로운 작품을 할 땐 또 새로운 초를 켜고 끄는 사람이다. 아픔이나 슬픔이 온다고 해도 행복하게 그 슬픔을 잘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석규와 호흡도 전했다. 김서형은 "선배님에게 대비할 수 있도록 작품을 봤다. 내 일을 잘하고 상대를 잘 했을 때 즐거움과 행복감이 중요한 것 같다. 선배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그걸 폐 끼치지 않고 더 편하게 하실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선배님이 나온 예능 '힐링캠프'만 열심히 보고 갔다. 그걸 찾아본 게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도 그게 리마인드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선배님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저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선배님이 늦게 배우가 되고, 늦게 꽃피운 루트가 서로 비슷하지 않냐고 하셨다. 다정과 창욱 이야기보다는 삶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나눴던 것 같다. 건강하자고 했다. 끝나면서도 저도 제 마음 같지 않은 일들이 있었는데 (선배님이 제가) 아팠던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건강하자고 하시더라. 또 만나고 싶다고 서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둘의 케미가 어떨까 고민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상대 배우와 적응력을 발동시키려고 집에서 그 사람을 엄청 생각한다. 한석규 선배는 그럴 케이스가 많지 않나. 따로 봤을 때 안 맞았지만 집에 들어왔을 때 맞아야 하는 얼굴상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판사 다닐 땐 안 어울리는 모습이어도 집에 들어올 땐 선배님과 케미가 절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원작을 따로 챙겨 보지 않는다고 밝힌 김서형은 "작품을 보고 나니 원작 책을 보고 싶다. 제가 그려낼 수 있는 다정을 그리고 싶다는 의미도 있고, 원작과 거의 똑같다곤 하더라. 작가님이 오셔서 같이 GV를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닮아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사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서형은 "여기서 잘 울어야지 이건 아니었다. 슬프지만 묫자리를 보러 갈 시간이 주어진 게 행복한 일 아닌가, 그럴 시간조차 있다는 게 감사했다. 저희 아버지도 갑작스럽게 갔지만 4-5개월 시간이 있었다. 온전히 같이 누리진 못하지만 정리한 시간이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 어렵기도 하겠지만. 다정이를 하면서 나에게 생긴다면 다정이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오매라'는 각자 준비할 시간을 보여준 것 같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펑펑 운다기 보다 그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까, 내가 모르는 마음은 뭐였까 싶어다. 없는 게 슬프기도 하지만 '아빠는 어떤 인생을 살았어요?' 라고 묻고 싶었다. 어떤 아빠가 아니라, 어떤 이름으로 살고 싶었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못 물어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한부 가족 이야기지만 남겨진 사람들 이야기다. 나도 저 길을 가야하는 것에 대해 남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인생무상이라는 걸 30대 후반에 아빠를 보내면서 생각했다. 건강해야겠다는 게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을 하고 10년 전에 아빠를 보냈을 때를 내가 잊고 있었구나 싶더라. 그 시간을 잘 살아야지, 더 잘 사는 걸 보여주는 게 맞구나 아빠를 보내고 겪은 나의 성장기를 '오매라'를 하면서 꺼내오게 됐다. 건강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잘하려면 건강한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키이스트 제공)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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