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나경원=배신자' vs 수도권연대 '羅 찍어내기'' 프레임 전쟁

정윤아 기자 2023. 1. 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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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尹대통령, 나경원 해임 이후 친윤계와 비윤계간 확전 모양새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유승민 원내대표 향해 "배신의 정치"
나경원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 이기겠나"
장제원 "진박감별사 될 생각 없으니 羅도 유승민 되지말길"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2022.12.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와 비윤계간 프레임 전쟁이 과열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을 미는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배신자, 제2의 유승민'이란 규정한 반면 수도권 연대는 '나경원 찍어내기, 제2의 진박감별사'로 맞서고 있다. 서로 상대편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해 지지층을 확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6일 뉴시스 취재 종합결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을 포함한 수도권 연대로 재편성되고 있다. 그전까지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친윤후보 중심과 수도권 연대를 주장하는 윤상현·안철수 의원이 맞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한 당권 주자인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및 기후대사직을 해임조치하면서 친윤계와 안,윤 의원 간 공격이 나 전 의원을 포함한 수도권연대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계는 나 전 의원에 대해 '배신자'프레임을 찍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배신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 믿음을 저버렸다는 뜻으로 장관급 두 직책을 줬지만 전당대회 출마를 암시한 나 전 의원을 의미한다. '제2의 유승민'이란 뜻은 박근혜 대통령시절 여당 원내대표였지만 정부에 반기를 들어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전 의원을 일컫는 말로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판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2015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대통령령 등 정부 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명문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정부로 이송했다.

그러자 같은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며 유 전 의원을 '배신자'로 찍었고 이후 이 '배신자 프레임'은 유 전 의원의 꼬리표가 됐다.

친윤계의 이러한 프레임은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80만 당원들에게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후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해임한 직후인 13일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 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허구한 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윤핵관하는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맹폭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영화 '나홀로 집에'의 아역 주인공과 나 전 의원의 얼굴을 나열한 뒤 '羅(나경원)홀로 집에!'라는 자막을 단 사진을 게시했다. 현역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점을 들어 비꼬은 것이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순방기간(14~21일) 및 구정 설 연휴 직전까지 나 전 의원을 향한 집중비난을 통해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윤심후보인 김기현 의원을 중심으로 당심을 끌어모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을 포함한 수도권 연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나 전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반윤'(反尹)이라 비판하는 장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박근혜계 서청원 의원이 아닌 비박근혜계 수장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로 뽑혔다.

친박-비박 계파간 갈등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파동으로 이어져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후보를 지지하는 이른바 '진박후보 감별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진박감별사는 '진실한 친박인지 아닌지를 감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 및 산업은행 부산이전 시민대토론회에 참석,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2.12.26. yulnetphoto@newsis.com

나 전 의원은 장 의원을 '제2의 진박 감별사'로 빗대며 '반 김기현' 전선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전방위적 압박에 출마를 고심하는 동시에, 20대 총선 패배의 원인이었던 계파간 갈등을 장 의원 탓으로 돌려 서로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될 거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은 "저도 공천파동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며 "저는 제2의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수도권연대론을 바탕으로 나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당권주자들도 나 전 의원 옹호에 나섰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제2 진박 감별사' 발언에 대해 "진박 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연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며 "여당은 나라를 운영할 책임을 가진 정당이다. 제대로 된 대표단을 구성하는 과정이 싸움으로 점철되면 국민은 굉장히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화합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오히려 불신과 비방,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책임이 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내 일부 호소인들은 깊이 자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황이 과열되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정 비대위원장은 16일 각 후보들간 막말 논란에 대해 "전당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방을 향한 말이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에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가 자중자애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한주는 국내 정치 뉴스보다 윤 대통령의 경제·외교 뉴스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 전 의원은 15일 출마여부에 대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조금 더 당원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이 출마여부를 결정지을 때까지 프레임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향후 나올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나온 당심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나 전 의원이 2위로, 김기현 의원이 1위로 올라서면서 다음 여론조사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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