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동산 경기 침체에···남산 하얏트 주차장 고급주택 개발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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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의 하이엔드 주택 건설 현장마저 삽을 뜨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부동산 개발 현장에 자금을 지원했던 대주단들이 대출금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자금을 회수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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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 우려 커지자
착공 전 브릿지론 대주단 자금 회수 나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의 하이엔드 주택 건설 현장마저 삽을 뜨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부동산 개발 현장에 자금을 지원했던 대주단들이 대출금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자금을 회수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주차장 부지를 주거 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해온 이든 센트럴 한남 PFV는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대출 221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EOD는 채무자가 맡긴 담보 가치 등이 급락하는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다.
개발행위 허가를 받는 등의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사업 착공이 지연된 가운데 대주단인 신협과 삼천리 등이 이든센트럴 한남 PFV에 금리 부담과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만기 연장을 거절한 것이다. 현재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모아건설이 땅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불발시 공매로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 사거리에 개발 중인 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 역시 지난달 20일 1500억 원의 대출을 갚지 못했다. 대주단인 SK증권과 메리츠화재 등과 기한이익 부활 및 연장조건을 협의하고 있지만 일부 채권자는 자금 회수를 요구하면서 이견이 커진 상황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 토지 매입 대금과 시행사 운영비 등 공사에 착공하기 전 사용할 자금을 차입하는 용도로 마련된다. 주로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2금융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착공 후 준공까지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인허가 등 위험 요소가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착공 후 시중 은행과 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뤄져야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부동산 시행사들은 2020년 이후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앞다퉈 토지 매입에 나섰다. 고수익을 눈여겨본 증권사들도 PF 주관권을 확보하기 위해 브릿지론에 자기자본을 잇따라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원재료와 공사비가 급증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떨어지자 사업성이 급격히 저하된 것이다. 브릿지론에서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시행사들은 자기자금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지불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달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캐피탈사의 브릿지론 규모는 14조7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중·후순위 비중이 77~86%에 달해 부실 발생시 손실 위험이 큰 상황이다. 한신평은 "건설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2020년 이후 인허가 면적은 13.5% 증가하고 착공 면적은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본 PF 전환이 안되고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부실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올 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 물량이 대거 공매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구와 울산, 포항 등 미분양이 쌓이는 지방은 물론 서울 도심까지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 회수가 빨라지는 분위기"라며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서 브릿지론 발(發) 연쇄 부실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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