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흑백사진에 담긴 40년 서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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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울엔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 약수시장에 문을 열었다.
서울대미술관은 1980~2000년대의 서울 재개발예정지 곳곳을 4명의 작가가 담은 사진전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전을 개최한다.
봉천·금호·압구정 개발 전후 옛 풍경 담아흑백 사진 196점에 담긴 풍경은 지금 보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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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임정의·최봉림·김재경 4인의 사진 196점
난곡·신림·봉천·금호·압구정 등 재개발지역
그곳 거주민의 삶을 담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982년 서울엔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 약수시장에 문을 열었다. 세븐일레븐 1호점이다. 그해 3월에는 한국 프로야구가 공식 출범했고, 야간통행 금지가 폐지됐다. 학생들은 두발자유화를 만끽했으며, 시사영어사가 토익(TOEIC)시험을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또한 서울의 부동산 개발도 이 시기에 본격화됐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하기 전, 그 시작점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시간을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대미술관은 1980~2000년대의 서울 재개발예정지 곳곳을 4명의 작가가 담은 사진전 ‘뮈에인, 내 마음 속의 오목렌즈’전을 개최한다.
흑백 사진 196점에 담긴 풍경은 지금 보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가깝다. 난곡동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던 마을버스는 이른바 봉고차였다. 신림동 달동네에서는 닭을 키웠고, 전봇대에 올라가 울기도 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골목을 쏘다니며 숨바꼭질과 술래잡기를 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사라져 기록으로만 존재한다.
촬영시기로는 김정일(67)의 ‘기억풍경’ 연작이 가장 앞선다. 김정일은 1982년 신문에 발표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40개 개발지구’를 찾아갔다. 그는 “신문 쪽지를 가지고 한 군데씩 지워가며 촬영을 다녔다”며 “‘사실성 기록성’ 사진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소리”라고 말했다. 작가는 봉천동과 압구정동, 금호동의 곳곳을 남겼다. 공용 화장실이나 허름한 판잣집 너머 새로 지은 아파트의 위용도 인상적이지만 어떠한 곳이든지 여백과 콘트라스트로 미학적 성취도 이루려 했던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시인이기도 한 임정의(79)는 신림동, 봉천동, 금호동의 모습을 담았다. 달동네, 판자촌이라고 불렸지만 나름의 질서 아래 가지런히 지붕을 맞댄 공간이다. 금호동에서 살았기에 작가가 바라보는 금호동은 더욱 특별하다. 이리저리 뻗친 골목길에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또 시로 이야기한다. 아파트 아래 야트막한 달동네, 그 골목길에 가득 켜진 불빛이 더 따뜻한 이유다.
그런가 하면 최봉림(64)의 사진은 달동네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삶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동작구 상도동 종점에서 관악구 봉천동으로 이어지는 달동네 능선에서 포착한 일상이다. 작가 스스로 ‘하찮은 사건들’이라고 부르지만 덕분에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한 일상이 살아 있다.
주로 유명 건축물의 사진으로 잘 알려진 김재경(65)은 이번 전시에선 골목길을 선보인다. 옥수동과 삼선동, 동숭동 뒷골목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계단과 야트막한 난간, 축대들이 그 대상이다. 계단 하나로 이 집과 저 집이 구분되고 공유지와 사유지가 나뉜다. 가장 기능적인 건축구조물이지만 내로라하는 건축가가 관여한 것도 아니고 사전에 계획된 것도 아니다. 유연하게 살아 움직이는, 맥락이 군더더기 없이 드러나는 일상의 건축이다.
전시 제목의 ‘뮈에인’은 ‘신성하게 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은 “네 작가의 사진을 보자마자 사람에게 정과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과 확실성의 원천이 되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 토포필리아(Topophilia·장소애)가 떠올랐다”며 “오로지 투기의 대상, 개발의 대상인 땅이 아닌 과거에 우리가 땅과 맺었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월 5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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