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엔 반격, 尹대통령엔 응원…나경원 '반윤 낙인' 극복할까

이밝음 기자 2023. 1. 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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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투자 결정은 尹 강한의지 성과" 연일 긍정적 메시지
친윤계 공격엔 반격하면서도 尹정부에 맞서지 않는단 점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친윤(親윤석열)계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의 '반윤(反윤석열) 프레임' 공격에는 적극적으로 반격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맞서지 않는 '투트랙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대해 "이번 UAE의 40조원 투자 결정은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평가했다.

전날(15일)까지 친윤계와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날을 세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와는 대립하면서도 연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절대화합"이라고 건배사를 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된 뒤에도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나 전 의원의 행보는 친윤계의 '반윤 낙인'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이 진짜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록 친윤계와는 멀어졌지만 나 전 의원이 전통 여권 지지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만큼 현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여당 대표를 노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친윤계의 공격에는 적극 반격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는 셈이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연일 반윤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허구한 날 윤핵관, 윤핵관 하는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나 전 의원을 지적했다.

또 "나 전 의원을 지지해준 지지층은 국민의힘 정통 보수 당원들이었다"며 "대통령을 기만하고, 공직을 두고 대통령과 거래를 하려 했던 나 전 의원의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 정통 보수 당원들이 계속 지지할까"라고 반문했다.

나 전 의원은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2의 진박(眞朴·진짜 친박근혜계)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송파을 의원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 나누고 있다. 2023.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친윤계의 공격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분석도 있다. 나 전 의원은 김민수 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의 주도로 취재진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는 등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도 인스타그램에 "무원스님께서는 '무소의 뿔처럼'을 말씀하신다. 지난 금요일부터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본다"며 당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밝히는 시점은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며칠 사이 행보라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백해 보이지 않냐"며 "(윤 대통령)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의 원내 지지세력이 부족하고, 비주류로 맞서 싸운 경험이 별로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윤계가 초반에 나 전 의원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의원들의 경우, 친윤계에 반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년 총선 등을 고려했을 때 나 전 의원을 선뜻 돕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제원 의원은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전 의원을 비판하고 있고, 친윤계 박수영 의원과 배현진 의원은 '나(羅)홀로 집에'라며 비꼬기도 했다.

박종희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계속 독보적으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고 김기현 의원은 뜨지 않으니까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서 여러 진윤(眞尹) 의원들이 나서서 나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만찬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주목된다. 한 달여 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이지만 최근 전당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컸던 만큼 관련 대화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수도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당권주자들은 앞다퉈 오 시장을 만나고 있다. 전날에는 김기현 의원이 오 시장과 '동동주 회동'을 했고, 17일에는 안철수 의원이 오 시장 집무실을 찾아 서울시 청년주거정책 등 청년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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