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자르는 남성들 북적…100여년 전 이발소의 풍경

김보미 기자 2023. 1. 16. 12: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미래유산기록 ‘이용원 편’ 발간
일제강점기 부민이발관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895년 조선 남성들에게 상투를 자르라는 단발령이 내려졌다. 이후 한양 곳곳에 ‘개화당(開化黨) 제조소’가 생겼다. 현재 이용원·이발소의 조선 시대 이름이다. 1915년 226개였던 서울의 이용원은 2022년 2500여개가 됐다. 1928년 개업해 10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킨 ‘성우이용원’과 1954년부터 지금 터에 영업 중인 ‘문화이용원’은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기록되지 않은 근현대 모습을 담기 위한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을 통해 지난해 낙원떡집과 대장간에 이어 이용원 편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서울에는 일본인 이용원이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이어 조선인과 중국인 이용원이 개업했다. 한국인 최초 이용원은 1901년 인사동 조선극장 터를 잡은 ‘동흥이발소’다. 황제 전속 이용사였던 안종호는 광화문 근처에 ‘태성이발소’를 열었다.

1962년 서울 중구 방산동 맘보이발관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73년 서울 청계천 변의 이발소 앞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15년 서울에서 영업 중이었던 이용원 가운데 조선인 점포가 140곳(62%)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인 점포는 70곳이었다. 가장 적었던 중국인 이용원은 현재 중구 지역에 밀집했는데 ‘당(堂)’자를 붙인 이름이 많았다. 소공동 ‘용승당’(湧勝堂), 석정동(을지로1가·소공동·태평로2가) ‘복덕당’(福德堂), 대정동(정동·무교동·태평로1·2가)에 ‘덕발당’(德發堂), 정동 ‘복성당’(復成堂) 등이다. 낙동(명동)에는 ‘류학청’(劉學淸)이 영업했다.

이용원은 1960~1980년 장발 단속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1974년 6월부터 서울경찰청이 ‘장발족’에 대한 무기한 단속을 하면서 엄격한 두발 규정이 일상화됐다. 관공서는 물론 큰 회사나 건물, 학교·호텔·목욕탕에도 구내 이용원이 들어섰다.

혜화동 문화이용원의 이용사인 지덕용씨(83)가 기억하는 1970~1980년대 일화 중에는 장발 단속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다.

“교련 검열할 때 동성고 선생들이 우리 이용원에 와서 이용사 여덟 사람을 불렀어요. 1년 내내 (교련) 연습을 했는데 (두발) 검열에서 걸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요. 이용사를 교실에 한 명씩 보내 학생들 머리를 다 밀어 버리라고 한 거예요.”

1928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개업한 ‘성우이용원’ 앞에서 지난 2016년 이남열 이용사가 서 있다. 이후 건물은 2019년 외관을 수리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성우이용원에서 가장 오래된 도구인 150년 된 독일제 면도칼.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성우이용원’은 1928년부터 공덕동 현재 자리(마포구 효창원로97길 4-1)에 있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이용 면허를 딴 서재덕씨가 개업한 뒤 1935년 사위인 이성순씨가, 1971년 아들 이남열씨가 이어받아 3대째 운영 중이다.

성우이용원에서 가장 오래된 도구는 150년 된 독일제 면도칼이다. 이남열 이용사는 1968년 이발을 시작하며 당시 일주일 임금을 모아서 산 700원짜리 가위를 가장 아낀다고 했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종로구 혜화로 7)은 혜화동 명사들의 사랑방이었다. 1970년대 전까지 서울 최대 부촌이었던 지역 특성상 기업인과 정치인, 교수와 문인들이 주로 찾았다고 한다.

1940년대 처음 가게를 만든 창업자는 한국전쟁 중 실종됐고, 1954년 이상기 이용사가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당시 손님이었던 지덕용 이용사는 열일곱 살에 보조원으로 이곳 일을 시작해 1969년 이용원을 인수한 뒤 2022년까지 67년의 세월을 문화이용원에서 보냈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문화이용원은 1954년부터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현재 서울의 이용원은 송파구(135곳)에 가장 많고 서대문구(65곳)에 가장 적다. 과거의 영업 방식인 이용원과 다양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바버숍으로 나눠보면 이용원은 영등포구(128곳)에, 바버숍은 강남·마포구(각 24곳)에 가장 많다. 중년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용원은 구도심과 외곽, 바버숍은 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밀집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이용원’보고서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museum.seoul.go.kr)에서 열람할 수 있고, 서울책방(https://store.seoul.go.kr)이나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