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에 공기가 반” 고물가에 식당 인심도 팍팍해진다

유선희 2023. 1. 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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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7)씨는 새해부터 공깃밥에 담아주는 밥의 양을 줄였다.

자영업자들은 "식당 매출의 절반은 인심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한 푼이라도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조씨는 "자판기 커피 얼마나 한다고 아끼냐고 투덜대는 단골손님도 있지만, 원래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라며 "서운해하는 손님에겐 '밀가루 가격이 너무 올랐다' '오죽하면 커피 인심까지 야박하게 굴겠냐'고 받아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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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공깃밥 가격 인상 대신 300~350g→200~250g 양 줄여
‘자판기 커피 200원·미소된장국 200원’ 추가비용도
밑반찬 가짓수 축소·셀프서비스 폐지로 비용 절감
고물가·고금리 탓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식당 인심까지 팍팍해지고 있다. 밑반찬 가짓수는 물론 각종 서비스도 축소하거나 유료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7)씨는 새해부터 공깃밥에 담아주는 밥의 양을 줄였다. 지금까지는 남성 한 끼에 맞춘 300~350g을 기준으로 했지만, 1월1일부터는 200~250g씩만 담고 있다. 물가가 올라 재룟값이 모두 오른데다 3월부터는 건물주가 임대료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한 터라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씨는 “10년 전부터 1천원에 붙박여 있는 공깃밥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려니 손님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양을 줄이기로 했다”며 “조삼모사 격이지만, 손님들이 양보단 가격에 더 민감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식당 인심까지 팍팍해지고 있다. 밑반찬 가짓수는 물론 각종 서비스도 축소하거나 유료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식당 매출의 절반은 인심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한 푼이라도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고물가 속에 식당에서 공짜로 주던 자판기 커피도 유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게티 이미지 뱅크

서울 영등포구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40대 사장 조아무개씨는 새해부터 ‘공짜 자판기 커피’를 없앴다. 원래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이 마음대로 커피를 뽑아먹을 수 있도록 했었지만, 이제는 200원씩 내도록 안내문을 붙였다. 조씨는 “자판기 커피 얼마나 한다고 아끼냐고 투덜대는 단골손님도 있지만, 원래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라며 “서운해하는 손님에겐 ‘밀가루 가격이 너무 올랐다’ ‘오죽하면 커피 인심까지 야박하게 굴겠냐’고 받아친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한아무개씨는 김밥을 포장해가면 으레 공짜로 함께 주던 ‘미소된장국’에 돈을 받고 있다. 어차피 끓여놓은 국물에까지 추가 요금을 받느냐고 핀잔을 주는 손님들도 있지만, 그건 사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국물은 쏟아지지 않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줘야 하는데, 용깃값은 받아야 본전치기라도 하니 200원씩 추가비용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1~2시간씩 무료로 제공하던 주차 서비스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독자 제공

이 밖에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셀프서비스였던 김치·단무지를 배식제로 바꾸는 것도 식당이 비용 절감을 위해 쓰는 주된 방법이다. ‘반찬 무한 리필’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상 다 먹지도 못할 만큼 퍼 가서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짓수를 줄이고, 추가 요청을 할 때마다 번거롭지만 조금씩 더 가져다주는 방식을 택하는 셈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식당 사장은 <한겨레>에 “예전엔 한 번에 10만원이면 충분했던 밑반찬 비용이 물가가 오르면서 곱절은 드는 실정”이라며 “일본처럼 반찬도 접시당 추가 요금을 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음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차 서비스’도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냉면집을 찾았던 김아무개(59)씨는 카운터에 적힌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점심 1시간, 저녁 2시간씩 무료’였던 주차 서비스가 ‘주문액 5만원 이하면 30분, 5만원 이상이면 1시간’으로 바뀐 까닭이다. 김씨는 “주인장 말로는 ‘건물 주차료가 10분당 1천원씩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며 “경제가 안 좋으니 그럴 만 하다고 이해는 되지만, 예전 같지 않은 서비스에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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