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등록증 재발급에 ‘반성문’ 요구한 공무원…인권위 “인권침해”

장예지 2023. 1. 16. 12: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 국적의 영주권자 ㄱ씨는 지난 2021년 11월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하기 위해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산하 한 출장소를 방문했다.

인권위는 또한 "(ㄴ씨가) 진술서 작성을 요구한 상황에서, ㄱ씨가 이를 거부하면 외국인등록증을 재발급 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진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진술서 작성 요구에 대해 피조사자인 ㄱ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적의 영주권자 ㄱ씨는 지난 2021년 11월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하기 위해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산하 한 출장소를 방문했다. 출장소 조사과 공무원 ㄴ씨는 ㄱ씨가 2019년 10월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600만원을 처분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진술서를 쓸 것을 안내했다. ㄱ씨는 이 과정에서 ㄴ씨로부터 ‘반성문’을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이미 벌금을 납부한 사실도 말했지만, ㄴ씨는 “그게(음주운전) 잘하신 거예요? 잘못하신 거잖아요? 반성문 받아서 경고 조치만 하고 봐주려는 건데 반성 안 하시는 거예요?”라며 반성문 작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ㄱ씨는 음주운전 선고 사실과 함께 “깊이 반성하고 있고 추후 법을 잘 준수하겠습니다”라는 진술서를 썼다. 그러나 ㄴ씨는 반성문을 요구한 적이 없고, 진술서는 정상참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고지만 했다고 주장해 입장이 엇갈렸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ㄴ씨의 행동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6일 ㄴ씨가 소속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에게 주의 조처를 하라는 권고 내용도 공개했다. 인권위는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닌 다른 일방의 요구에 따라 작성하는 (반성문은) 작성자의 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며 “(ㄴ씨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의 강요로 ㄱ씨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먼저 인권위는 영주권자인 ㄱ씨가 현행법상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ㄱ씨가 조사를 받거나 진술서, 준법서약서를 작성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ㄴ씨는 ㄱ씨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도 안내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또한 “(ㄴ씨가) 진술서 작성을 요구한 상황에서, ㄱ씨가 이를 거부하면 외국인등록증을 재발급 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진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진술서 작성 요구에 대해 피조사자인 ㄱ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ㄴ씨는 진술서에 반성의 태도를 보이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위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ㄴ씨가 앞서 두 달간 강제퇴거 대상자로 의심되는 외국인 8명에게 받은 진술서를 보면, 모두 ‘반성’, ‘죄송’, ‘very sorry(매우 미안한)’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인권위는 각각 다른 범죄를 저지른 모든 외국인들이 진술서에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는 진술서를 제출한 건 ㄴ씨의 적극적인 안내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ㄱ씨는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개연성도 낮다고 봤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