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다가 미안, 먼저 하세요’…키오스크에 자존감 떨어지는 노년층
사회참여 제한에 소외감·불안감 느껴
“다니는 가게에 있는 키오스크는 배우면 다룰 수 있어. 근데 새로운 점포에 가서 하다 보면 성공 확률이 굉장히 낮더라고요. 몇 번 하다 보면 뒤에 있는 분들한테 미안하잖아요.”(66세 남성 송모씨)
“은행 가서 나는 그런 거(송금) 할 줄도 몰라요. 애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니까 ‘엄마 뭐 필요해요’ 하면 사다 주고 그냥 그래요.”(76세 여성 이모씨)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제약으로 병원·은행·식당·취미활동 등 일상생활에서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최근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 48명을 심층면접한 결과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중심 사회에서 노인들이 병원, 은행, 식당, 취미활동 등 사회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했다. 면접자들은 “QR코드로 된 백신패스를 영화관 직원에게 보여주기 어려웠다” “차표 예매를 미리 못했는데, 터미널에 갔더니 원하는 시간대 차가 매진됐다” “키오스크에서 버튼을 두 번 눌러서 중복 결제된 적이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익히지 못한 노인들은 자존감 하락과 소외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김모씨(69)는 “100세 시대인데 지금 겨우 70년가량 살았다. 다 기계로 해결해야 하면 노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쓸모없고,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오모씨(65)는 “(온라인뱅킹 사용할 때) 내가 뭐 하나 잘못 찍으면 돈이 몇 배 잘못 송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노인들은 금리·수수료·포인트 등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QR체크와 백신접종 예약에 서툴러 코로나19 환경에도 취약하다”며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과 기차·버스 온라인 예매, 지도 앱 등은 노인의 이동권 침해로, 재난지원금 등 온라인 기반 공공서비스 신청은 정보접근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지털 방식의 사회활동이 무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평등권이 훼손된 심각한 차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노인이 노인을 교육하는 ‘노노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눈높이 교육이 가능하고 또래 간 소통으로 자존감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 속 글자 크기 키우기, 영어를 한글 단어로 바꾸기 등도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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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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