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DB 감독대행 “끈질긴 경기 보여드리겠다”
원주=임보미 기자 2023. 1. 16. 11:43
프로구단 감독 자리를 맡는 일은 ‘독이 든 성배’를 받는 일에 자주 비교된다.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성적이 나지 않으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감독에게 쏠린다. 이상범 감독(54)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감독대행을 맡게 된 DB의 ‘레전드’ 출신 김주성(44)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발표 후) 주변에서 축하 인사 반, 걱정 반 연락이 왔다. 저도 이름 가지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대행을 맡게) 됐는데 피할 수는 없다. 부딪혀가며 열심히 할 생각이다.”
5일부터 공식적으로 팀을 맡아 대행 생활 일주일 차가 된 12일 원주에서 만난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았다. 저도 선수들도 실망하지 않는 끈질긴 경기를 하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김 대행은 데뷔전이었던 7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연장 끝에 94-90 승리를 따냈다. 당시 1쿼터 5분 23초 첫 작전시간을 불렀을 때부터 이미 목이 쉬어있던 그는 “원래 경기가 진행될 때는 소리를 안 질러도 되는데 선수들에게 뭐라도 더 전달하려다 보니 목이 쉬어버렸다”면서 “이제 선수들이 뛸 때는 목을 좀 아껴야겠다”며 머쓱 해했다.
DB는 김종규(32·207cm), 강상재(29·200cm)와 외국인 선수 드완 에르난데스(27·206cm)의 트리플 포스트를 앞세워 전반까지 15점 차 앞섰지만, 후반 승부처마다 외곽포를 내줬고 4쿼터 종료 2분 47초를 남기고는 동점을 허락했다. 연장전 종료 5초 전 DB가 자유투 2개를 성공해 4점 차로 달아나기 전까지 마지막 8분가량은 슛 하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선수 때도 몇 번 못해봤던 경기였다”고 했지만 김 대행은 살얼음을 걷는 경기에도 초보답지 않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쌓아놓은 게 없으니 흔들릴 것도 없었다”던 그는 “공격 패턴은 많이 못 맞춰봐서 단순한 공략 위주로 했는데 선수들이 길을 잘 찾아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연장전 종료 32초를 남기고 92-90으로 앞선 상황. 김 대행은 ‘공격시간을 10초쯤 흘려보낸 뒤 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턴오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는 별다른 표정변화나 제스처가 없었다. “‘포커페이스’였느냐” 묻자 그는 “제가 소리 지른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니 일단 수비에 집중하자고 했죠”라고 답했다.
결국 마지막 수비에 성공하며 김 대행에게 데뷔전 승리를 안긴 선수들은 생방송 인터뷰 중이던 그에게 축하 물세례를 퍼부었다. “다음 경기도 있는데 더 부담을 주는구나 싶었다”며 웃은 그는 “그래도 제가 더 부담감을 안고 임해야하는 게 맞다. 저만 정신 차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행은 이날 경기에서 효율적인 트리플 포스트 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종규-강상재-에르난데스가 코트에서 함께 뛸 때 득점마진은 +34였다. 김 대행은 “김종규, 강상재를 함께 쓰며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두 선수 모두 슈팅력이 있어 공격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대행으로 첫 경기를 치르기 전 선수들에게 “실수에는 서로 관대하게 넘어가되 코트에서는 투지있게 하자”고 했다는 그는 “남은 시즌 선수들과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내 말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늘 공부하며 귀를 열어둘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6위권과 3.5경기차 9위(12승18패)인 팀의 목표를 6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은 그는 “목표는 먼 곳을 보되 당장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중앙대 98학번인 김 대행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전신인 TG삼보 유니폼을 입었다. 2017~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지도자 생활 역시 전부 DB에서만 보냈다.
원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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