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왜 ‘일하는 영부인’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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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배우자인 질 바이든은 여전히 북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로 출근해 학생들을 만난다.
2009년부터 이 대학에서 일해온 질 바이든은 "사람들은 (업무 복귀에) 회의적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도 질 바이든처럼 곧 문화예술계로 돌아올 줄 알았다.
질 바이든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김건희 여사를 만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라(Just be yourself)"고 조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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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정치부 차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배우자인 질 바이든은 여전히 북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로 출근해 학생들을 만난다. 2009년부터 이 대학에서 일해온 질 바이든은 “사람들은 (업무 복귀에) 회의적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퍼스트레이디’ 대신 ‘박사 님(닥터 바이든)’이라 부르며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도 질 바이든처럼 곧 문화예술계로 돌아올 줄 알았다. 대선을 전후해 김 여사의 주변에선 “김 여사가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 나왔다. 김 여사는 ‘마크 로스코 전’ ‘르 코르뷔지에 전’을 기획한 미술 전시 전문가다. 대통령 내조에만 열중하던 여느 대통령 배우자들과는 달리 ‘일하는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다.
그래서인지 김 여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김 여사는 역대 어느 영부인들보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대통령 배우자로서 응당 해야 하는 임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술기획 전문가 김건희’는 사라지고 없다. 역대 영부인들처럼, ‘대통령의 배우자’만 남았다.
김 여사의 전문직과 연관된 일정도 더러 있었다. 김 여사는 이달 초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서한을 주고받았다. 김 여사는 안도 다다오가 르 코르뷔지에를 존경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2016년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에 안도 다다오 특별 세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암 투병 중인 안도 다다오에게 안부를 묻고, 안도 다다오는 그런 특별한 전시를 마련해 준 김 여사에 대한 감사와 소회를 전한 것이다. 그런데 김 여사의 행보는 딱 그 지점에서 끝이 났다. 한·일 양국 교류 기여를 위한 계획이나 포부,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 방침은 빠졌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 순방 기간 리사이클링 업체, 청년 환경 활동가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환경과 동물권 문제는 김 여사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영역이다. 그러나 국내외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의 메시지는 과감하지 못했다. 선을 넘지 않는 지점에서 김 여사의 발걸음은 또 멈춰버리고 만다. 캄보디아 소년 로타의 심장병 수술을 위해 보여준 추진력이 본인의 전문 영역에선 유독 힘을 잃는다.
김 여사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를 잘 안다. 그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와 국정을 뒤덮을까 봐 참모들은 늘 걱정했다. 참모들은 ‘국민 정서’를 말했지만, 더 정확히는 ‘영·육·남(영남·60대·남성)’들의 정서가 정치권 우려의 실체다. 돌이켜보면 야권보다 여권이 더 극성이었다. 그들은 김 여사가 그저 대통령의 뒤에서, 조용히, 그림자 내조를 해주길 바랐다.
질 바이든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김건희 여사를 만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라(Just be yourself)”고 조언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불과 1년 전까지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하는’ 여성이었고, 자신의 힘으로 사업체를 운영해 돈을 벌었다. 김 여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지금 어디 있나. 관습과 편견을 뛰어넘는, 일하는 퍼스트레이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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