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는 감독이 하겠다…선수들은 당당해져라"[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일희일비는 감독이 하겠습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년 창단 기념식에 참석해 본격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창단기념식에는 전풍 대표이사, 김태룡 단장을 비롯한 구단 직원과 선수단이 모두 참석했다.
두산은 지난해 60승82패2무로 9위에 머물렀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탈락했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대기록을 더 이어 가지 못했다.
전풍 대표이사는 "의심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본인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나. 의심을 안 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시즌에 우리가 기대에 못 미쳤기에 스스로 준비 많이 했으리라 믿는다. 준비된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스스로 믿는 그런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감독 역시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치고 빨리 준비하는 것 같다. 프런트에서 많이 준비를 해주셨다. 이제는 우리가 보답해야 할 때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당해지라고 하고 싶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 144경기 가운데 1경기에서 부진하더라도 고개를 숙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면 2번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 일문일답.
-선수들에게 당당해지라고 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고개 숙이지 말라'이다. 잘할 때도 못할 때도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한 타석에 웃고 기죽는 걸 생각했던 것 같다. 긴 페넌트레이스, 6개월 이상의 대장정이다. 한 타석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일희일비는 감독이 하겠다.
-당장 캠프 명단 고민부터 됐을 것 같다.
나도 처음 팀을 맡다 보니까 많은 선수들을 보고 싶었다. 다른 팀보다는 4~5명 정도 많이 캠프에 합류하는 것 같다. 많이 보고 직접 판단해야 하니까. 마무리랑 스프링캠프는 성격이 다르다. 이제는 싸울 멤버를 봐야 한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마무리캠프 한 선수를 다 데려가고 싶지만, 한정된 인원이라 빠진 선수들에게는 미안하기도 하다. 비록 2군에서 캠프를 시작하겠지만, 좋은 모습 보여주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고 싶은 선수의 기준은.
될 것 같았는데 되지 않았다. 가능성은 있는데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선수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을 보고 싶었다. 김대한, 송승환, 이유찬, 안재석 등 어린 선수들을 보고 싶다. 모든 선수들의 조건은 같다. 캠프에서 본인들이 마무리캠프 열심히 하고, 2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60일도 시간이 되지 않는다. 3~4주 안에 선수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캠프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코치진들에게 좋은 영향, 좋은 선수라는 이미지를 선수들이 이제는 심어줄 때가 된 것 같다.
-캠프 명단에 신인도 있나.
윤준호가 간다. 포수라서 포수는 투수들 캠프 인원이 워낙 많아서 포수가 필요하다. 윤준호를 데리고 가게 됐다. 최강야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첫 주장으로 허경민을 낙점한 배경은.
김재환이 지난해 부진했고,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팀의 주포라서 그 선수가 경기에서 안 좋아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주장까지 맡으면 부담감이 배가 되지 않나 싶었다.
허경민은 조용한 선수가 아니다.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중간 입장에서 선후배를 잘 케어할 수 있지 않을까. 파이팅 넘치는 모습도 좋게 보여서 주장을 맡기게 됐다. 이제는 할 나이가 되기도 했다.
-허경민에게 해준 말은.
아직은 없다. 캠프 가서부터 이야기하겠지만, 허경민 리더십과 팀 퍼스트라는 생각을 지닌 선수다. 1년을 지내면 당연히 코치진과 선수단의 관계, 팀 성적에 따라 기분 변화가 심할 수 있는 스포츠다. 단체 스포츠라. 일주일에 7일을 다 만나는 공동체라서, 선수들을 잘 대변해서 팀이 어떻게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하지 않을까. 밑에서 임무를 잘해서 외부와 싸워야지 내부에서 싸울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부적으로는 늘 웃으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WBC 대표팀에 3명(양의지, 곽빈, 정철원)이 갔다.
축하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투수 2명(곽빈 정철원)이 뽑혀서 몸 관리를 조금 빨리 올려야 해서 걱정이지만, 양의지가 같이 가서 안심이 된다. 더 많이 뽑혔으면 좋았을 것이란 실망감도 있다. 우리나라 야구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고, 두산 마크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만큼 팔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의 승리를 위해 뛰어줬으면 한다. 웃으면서 두산에 복귀했으면 좋겠다.
-감독 현역 때 양의지가 말을 못 걸었던 선배라고 하더라.
상대 팀으로 포수로 양의지가 앉았을 때 까다롭다고 느꼈다. 포수의 성향, 투수의 성향, 팀의 성향도 읽으면서 경기를 준비하는데 양의지가 앉은 두산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내 의도와는 다른 공략법이 왔다. 그런 것을 볼 때는 양의지가 영리하고 상대 팀을 준비 많이 하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하지만. 보면 아무 표정 없이 하지 않나. 이 선수는 어떤 생각으로 할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랬다. 지금은 5년이 더 흘렀으니 여우같이 곰같이 상대를 공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의지 입단식 때 감독의 미소가 더 밝았다.
기분이 좋았나 보다(웃음). 정말 FA로 정말 거물이지 않나. 팀을 한번 떠났다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때는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올 수 있을까.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붙었다고 들었기 때문에. 50대 50도 아니고 30대 70으로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보물이 와줘서 표정에 진심이 묻어난 것 같다.
-양의지 한 달 늦게 팀에 합류한다.
양의지가 1년을 144경기로 포수로 뛸 수 없다. 제2, 3의 포수가 나와줘야 한다. 주전이 부진하거나 다치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자리를 채워줄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그 점에 중점을 둘 것이다.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이 있다. 윤준호까지도 있지만, 2, 3번 포수가 중요하다. 양의지 다음으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경기를 준비하고 체력을 향상시키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 같다.
-야구 선배로서 WBC 덕담을 해주면.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베이징키즈들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많은 선수들의 머릿속에 박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야구하는 친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뛰어줬으면 한다. 어떤 성적이 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야구의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3월초에 사실 몸을 완벽하게 만들 수 없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충분히 일찍 준비해서 잘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보다는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많은 팬들께서 박수를 받고 최선을 다하도록. 나 역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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