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정치기반' 브라질 육군, '1·8 사태' 때 시위대 체포 막아
사실일 경우 일종의 군부 쿠데타 시도…보우소나루가 육사 졸업한 대위 출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을 난입하며 일으킨 '1·8 사태' 당시 육군 본부가 보안군에 쫓긴 시위대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사관학교를 졸업한 육군 대위 출신으로, 군부독재기 승승장구하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작년 10월 30일 대선 결선 전까지 패배 시 군사 쿠데타를 불사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정부 관리들이 시위대를 체포하기 위해 육군본부에 도착했을 때 육군은 3열로 선 병사들과 탱크를 동원해 그들을 막아섰다.
줄리우 세사흐 지 아루다 군 고위사령관은 플라비우 지누 신임 법무장관을 향해 "당신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체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현장에 있던 2명의 관리들은 WP에 전했다.
브라질 당국은 군의 이 같은 행위를 군·경이 시위대와 이번 폭동을 공모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또한 이 정황이 사실일 경우 1·8 사태 당일 연방 청사 외부 보안 계획이 임의 변경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상한 또 다른 정황 중엔, 당일 휴가를 신청했던 헌병대 고위 관리가 현장에서 목격된 점도 있다.
앞서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선 지난 8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으로 난입해 보안군에 저지되기까지 약 5시간 대치하는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입법·행정·사법 3부 권력을 동시에 위협한 것이다.
이는 작년 10월 30일 결선투표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승리한 데 따른 반발 행위로, 2021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회 난입 사태'에 비견되는 민주주의 위기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WP는 룰라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관계자, 시위 주최측과 참가자, 데이터 채굴자 등 20여 명의 인사를 인터뷰한 이번 기사에는 이번 사태 관련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브라질 군 지휘부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군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브라질리아 결집 교통비 지원도 받아
브라질 연방 3부 최고기관의 문이 한낱 시위대에 의해 쉽게 열렸을 리 없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누군가가 그들(시위대)의 (대통령궁) 입장을 용이하게 했다"면서 "헌병대와 군대의 묵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1·8 사태 관련해 보우소나루 전 정부 관계자나 전직 고위 군 간부들이 대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일단 안데르손 토레스 전 법무장관은 자택에서 '대선 뒤집기용 군사 쿠데타 도모 법령 초안'이 발견되면서 주동자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캠프 철거를 막아섰던 전직 연방관구 헌병대 사령관 파비우 아우구스투 비에이라도 이번 사태 관련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브라질 당국은 시위 당일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가 모여들 때 이들의 교통비와 식비를 지원한 기부자들도 찾고 있다고 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관계가 긴밀했던 농산물 수출업자들이나 아마존 불법 삼림 벌채에 관여한 중소기업 등 돈을 댔을 법한 인물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지누 법부장관은 WP에 "쿠데타에 연루된 사람들은 특히 제도권 밖 농업 종사자들"이라며 "토착지, 공유지를 점거하고 살충제나 비료를 밀수하는 업자들이나 불법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결집에 막중한 역할을 한 소셜미디어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텔레그램과 유튜브, 왓츠앱 등이 이용됐다.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 중인 브라질 기술업체 팔버의 펠리페 바일레스 회장은 "이번 사태에 (시민 시위대보다 강력한) 당국, 기업가, 정치인, 핵심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관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러 도시에서 소상공인 등의 유기적 참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사람이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완전히 계획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의 직·간접적으로는 '궁극적 책임자'로 꼽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취임식(1월 1일)이 열리기 전에 이미 출국해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다. 관련해 미 국무부는 필요 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신병 인도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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