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가능한 병, 파킨슨[경희대병원 명의토크]
무서운 질환으로 생각하지 말고 조기발견, 운동과 약물 치료로 관리 중요
흔히 파킨슨병을 무서운 질환으로 생각하는데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운동과 약물 치료로 10년, 20년 이상 파킨슨병을 잘 관리하며 지내는 환자들도 많다. 암은 암 조직을 제거해야 치료가 되지만 파킨슨병의 치료는 곧 관리를 잘한다는 의미와 같다. 단계별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필요에 따라 ‘뇌심부작극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조기에 발견하고, 잘 관리하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도 있다.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 과거에는 떨림이나 느려짐 같은 운동이상 증상에 집중했었다. 최근에는 치매를 포함한 우울증, 후각이상, 수면장애 등 비운동 증상도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가 많이 발견되어 질병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게 된 것도 최신 흐름이다.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과잉행동’과 ‘과소행동’으로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과잉행동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떨림이고, 과소행동은 느려지거나 둔해지는 증상이다. 글씨나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침을 흘리는 것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어르신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나이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져 파킨슨병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배우자를 때린다든지, 침대에서 떨어진다든지 하는 수면장애나 대변을 잘못 보는 증상도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허리나 어깨, 무릎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외과적으로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을 때도 파킨슨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동일한 증상(예를 들어 ‘떨림’)이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마다 떨림의 정도와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떨림으로 생기는 일상이나 사회 활동 제약의 정도도 차이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허리가 아파 오랫동안 고생한 환자가 있었다. 처음 정형외과에 왔다가 저희 신경과에 의뢰가 와 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경우이다. 진단이 어렵고 복잡한 환자를 협진하는 과정에서 구별하고 도울 수 있을 때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파킨슨병은 환자마다 개별화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 질환의 진행 과정에 대해 모두 알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의 증상과 치료만을 생각하기 쉽다. 보다 큰 그림을 가지고 전체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가 이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의사가 하는 일은 결국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돕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환자가 수동적이 되기 쉽지만, 의사는 환자가 치료 목적과 과정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입장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환 너머에 환자가 지닌 문제를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것인데, 얼마 전에도 한 환자가 파킨슨 증상이 악화되어 방문한 일이 있었다. 검사로 설명이 안되고 약물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자녀와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문제라도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태범 교수|경희대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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