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이용원 '동흥이발소'…장발단속에 전성시대 누려

윤다정 기자 2023. 1.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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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이용원' 보고서 발간
혜화동 '문화이용원'·공덕동 '성우이용원' 서울미래유산 지정
1973년 청계천변 이발소 앞길. (서울역사박물관 제공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단발령, 일제강점기, 장발 단속 등 질곡의 역사 속에서 서민의 곁을 지킨 '이용원'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22년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의 결과를 담은 '서울의 이용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 한국인 최초 이용원 '동흥이발소'…장발단속에 '이용원 전성시대'

1895년 단발령을 계기로 지금의 이용원을 뜻하는 '개화당 제조소'가 탄생했다. 한국인 최초의 이용원인 '동흥이발소'는 1901년 유양호가 인사동 조선극장 터에 개업했다. 황제 전속 이용사였던 안종호는 광화문 근처에 '태성이발소'를 열었다.

서울에는 일본인 이용원이 가장 일본인 이용원이 가장 먼저 생겼고, 조선인 이용원과 중국인 이용원이 그 뒤를 이어 개업했다.

1915년에 서울의 이용원은 226개였는데, 조선인 이용원이 140개소(62%)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 이용원이 70개소(31%), 중국인 이용원이 15~16개소(7%)로 가장 적었다. 중국인 이용원은 지금의 중구 지역에 밀집해 있었는데, 상호에 '당'(堂) 자를 붙였다.

서울의 이용원 전성시대는 1960~1980년대 초였다. 1974년 6월부터 서울시경은 장발족 무기한 단속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엄격한 두발 규정을 적용받았다. 관공서는 물론 큰 회사와 빌딩, 학교·호텔·목욕탕에 이르기까지 구내 이용원이 설치됐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의 이용원 수는 약 2500곳이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135곳으로 가장 많고, 서대문구가 65곳으로 가장 적다.

이를 이용원과 바버숍으로 나눠보면 이용원은 영등포구가 128곳으로 가장 많고, 용산구가 57곳으로 가장 적다. 반면 바버숍은 강남구와 마포구가 24곳으로 가장 많고, 금천구는 단 1곳에 불과하다.

중년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용원은 구도심과 외곽에, 바버숍은 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강남과 마포구에 밀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문화이용원'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혜화동 '문화이용원'·공덕동 '성우이용원' 서울미래유산 지정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용원은 단 2곳이다. 2013년 지정된 종로구 혜화동 '문화이용원'과 마포구 공덕동의 '성우이용원'이 100여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전통 방식의 이용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1940년대에 처음 문을 연 문화이용원은 6·25전쟁 중 창업자가 실종돼 전후 이상기 이용사가 들어와 1954년 현 위치에 이전했다.

손님이었던 지덕용 이용사는 17세에 보조원으로 문화이용원과 인연을 맺은 뒤, 1969년 이용원을 인수해 2022년까지 문화이용원에서 67년의 세월을 보냈다.

1970년대 이전 혜화동은 지금의 강남에 견줄 만한 부촌이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으로 문화이용원은 기업인·정치인·교수·문인의 사랑방이었다.

성우이용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용원이다. 1928년 현 위치에 우리나라 이용 면허 제2호 서재덕이 개업했다. 1935년 사위 이성순이 대를 이었고, 1971년부터 아들 이남열이 뒤를 이어 3대째 운영 중이다.

이용학원 내부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던 '이용재료상'…취업알선·운영권 거래도

이용업계는 이용재료상을 중심으로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특별한 거래 관행을 형성하고 있다. 1970~1990년대 서울에는 종로와 청량리에 가장 많은 이용재료상이 있었는데, 청량리 로터리 일대에만 100여 개의 이용재료상이 있었다.

당시의 재료상은 취업 알선과 인력 공급을 담당하며 이용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자리가 필요한 이용사들은 재료상에서 대기하거나 구직 의사를 알렸다. 그러면 사람이 필요한 이용원에서 커트·드라이 등 필요한 분야의 기술을 가진 이용사를 모집해 데려갔다.

지금의 공인중개사처럼 이용 업소의 운영권도 재료상을 통해 거래했다. 이용원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재료상에 매물을 내놓으면 인수할 사람을 찾아 거래를 맺어주었다.

과거 이용사가 되려면 대부분 이용원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해방 이후 고등기술학교 등 직업교육 기관이 설립됐고, 1990년대 이후에는 전문 교육 기관을 통해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서울시에 소재한 학원 중 직업기술 분야에서 이·미용 교습 과정은 176곳에 개설돼 있다. 여기서 미용만 교습하는 곳을 제외하면 '이용 학원'이라 칭할 수 있는 곳은 16곳이다.

학교의 경우 이·미용 관련 전공이 개설된 40개 학교 중 은평문화예술학교와 정화예술대학교에만 이용 전공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의 이용원' 보고서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서울책방 또는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 샵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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