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어 ‘60년 독점’ 남산 케이블카…특혜 언제까지
“60년 독점 운영 과도 이번에 제한” 의견도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3개월째 보류
60년째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한국삭도공업주식회사(한국삭도)가 안전성 확보를 내세우며 200여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추진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을 심의하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유지를 헐값에 이용해 온 특혜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3개월째 안건 심의가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한국삭도는 지난해 10월 열린 도시공원위원회에 현재의 수동시스템을 자동으로 바꾸고 이용객이 탑승하는 케빈도 신형으로 바꾸겠다는 안을 담은 ‘남산1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 및 경관심의’ 안을 제출했다. 업체 측은 기존의 철탑형 지주도 2m 가량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개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200여억원 가량이다.
업체 측은 1962년부터 남산 케이블카가 수동 제어시스템으로 운영 중인 데다, 노후도가 심해 사고 발생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2010년 강화된 ‘(케이블카 등)궤도시설의 건설에 관한 설비 기준’에 맞춰 철탑형 지주와 케빈의 간격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한국삭도는 앞서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궤도건설 승인과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심의 안건이 서울시로 넘어오면서 시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시설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의견과 함께 특혜 논란이 계속된 한국삭도 측이 시설 개선까지 하면서 남산공원의 케이블카 운영을 지속할 경우 제기될 비판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별도로 추진 중인 예장공원 곤돌라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020년과 2021년 서울시 2부시장 주재 회의에서는 공공재의 독점 영구화 우려와 함께 안전기준에 미달하면 폐쇄하거나 케이블카 처리 문제에 대해 용역을 추진해 해결방안을 찾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우려는 남산 케이블카 사업이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당시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 한석진씨가 허가를 받아 다음해부터 운영을 시작해 ‘가족회사’ 형태로 대물림되면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된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는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심의하자는 의견과 함께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불거지면서 안건 심의가 보류됐다. 위원회에 참석하는 서울시의회 이영실 시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은 “남산은 공공자산임에도 한 민간기업이 60년 넘게 케이블카를 설치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사유재산처럼 대를 이어 운영해 오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삭도 측의 시설개선은 사실상 새로 시설을 짓는 수준인데 이를 용인할 경우 특혜 논란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굳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래가치를 볼 때 케이블카보다는 친환경 남산이 더 가치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심의는 남산의 가치를 살리고 특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심의위원도 “진짜 남산 케이블카가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현재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일부 보강해서 안전하게 운영하면 될 일”이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후세에도 서울 시민들이 남산의 경관과 환경을 있는 원형대로 향유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한국삭도 측의 케이블카 운영에 기한을 두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7일 오후 제 11차 도시공원위원회를 열고 한국삭도 측이 수정 보완해 제출한 안건 등에 대해 심의를 벌일 예정이다.
■ 남산 케이블카 독점 논란 전말은
서울시 의회는 2015년 4월 ‘남산 케이블카 사업의 독점 운영과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남산특위)’를 구성해 1년 가까이 활동을 벌였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59.2%)의 시민은 남산 케이블카의 소유·운영 주체를 공공기관(서울시, 관광공사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산 케이블카 운영 업체는 한국삭도공업주식회사(한국삭도)다.
남산특위는 한국삭도가 서울시민의 환경자산이자 세금으로 관리 중인 남산을 이용하면서 많은 이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남산 케이블카 운임요금은 계속 올리면서 환경 보전 등한 공공기여가 거의 없었음에도 서울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삭도는 케이블카 운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승강장 등 사업시설 일부가 국유지이기 때문에 국유지 사용료로 연간 수천만원 가량만 납부하면 된다.
한국삭도는 1962년 국내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를 남산에 설치했다. 창업자 사망 후 아들이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남산특위는 공동대표와 가족들이 지분을 가진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남산특위는 2016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봉이 김선달식 사업 부당성을 시정하려면 법 개정을 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영구독점영업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삭도가 60년째 남산 케이블카 운영을 하는 배경에는 케이블카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한 궤도운송법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이 법은 2009년 전면개정됐지만 케이블카 운영사업자의 운영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남산 케이블카와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1970년 사업권 획득)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궤도운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김정우 전 국회의원은 2016년 케이블카 사업자의 운영기한을 제한해야 한다며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관련법은 폐기된 상태다. 당시 개정안은 케이블카 등의 운영기한을 30년으로 제한하고 기존에 30년이 지나 운영 중인 케이블카도 개정 이후 2년 이내 재허가를 받으라고 규정해 남산 케이블카도 대상에 포함 됐었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궤도사업의 관리감독권한을 기존 기초 지자체에서 특별·광역시에 속한 경우 특별·광역시장으로 바꾸고 허가 또는 변경허가 시 사회공익을 조건으로 붙일 수 있도록 궤도운송법을 개정하자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남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해법은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중단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남산 케이블카 운영권을 아예 인수하자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삭도가 안전을 이유로 대대적인 시설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점검을 통해 사용을 중단시키고 소송을 통해 특혜를 포함한 궤도운송업 전반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해 보는 것도 대안이라는 강경론까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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