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립대가 요양원으로?...부실대 '퇴로' 마련 vs '먹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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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재 사립대학교에서 노인 전문 요양원으로.'
정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올해 첫 고위당정협의에서 연내에 제정하기로 뜻을 모은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구조개선법)은 대학의 문을 닫고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사립대구조개선법은 이 규정에 '경영위기대학의 학교법인은 그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으로 출연 가능하다'는 특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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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구조개혁법 실패 후 9년 만에
"지원받으며 운영했는데...먹튀 우려" 반발도
'지방 소재 사립대학교에서 노인 전문 요양원으로.'
경영 위기에 빠져 회생이 어려운 대학에 이 같은 '퇴로'를 열어줘야 할까. 정부와 여당의 답은 "그렇다"이다. 정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올해 첫 고위당정협의에서 연내에 제정하기로 뜻을 모은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구조개선법)은 대학의 문을 닫고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반론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창립자가 재산을 출연해 대학을 세웠더라도 이후 정부의 재정 보조 등 외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됐는데, 쉽게 '업종 전환'을 보장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현재 학교법인 해산 시 '교육사업' 아니면 국고 귀속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사립학교법은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귀속자를 '학교법인이나 그밖에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중에서 선정하게 하고 있다. 교육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비리 사학' 운영자는 자신 또는 친족이 관여했던 학교법인을 재산의 귀속자로 선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돼 폐교된 대학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데 쓰인다. 교직원의 체불 인건비, 청산 소요비 등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사립대구조개선법은 이 규정에 '경영위기대학의 학교법인은 그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으로 출연 가능하다'는 특례를 부여한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되면 학교법인이 대학의 문을 닫고, 사학 운영자가 관여하는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에 대학의 잔여재산을 넘기는 게 가능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득구 의원이 지난 9일 발의한 '사립학교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아직 여야 간에 법안 통과를 두고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는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어려움에 대해선 공감이 있지만, 규제를 푸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견제 덜 받는 사회복지법인·공익법인...'먹튀' 우려
잔여재산의 국고 귀속을 피하기 위해 부실 대학을 계속 경영해온 사학 재단의 입장에서는 '퇴로'가 열리는 셈이지만, 대학 부실화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설립자나 운영자가 재산을 '덜 견제받는 방식'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의 대학은 국고 보조를 받다 보니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아 관리 감독 제도가 체계화돼 있다"며 "이사회 회의록은 반드시 공개해야 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많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반면 공익법인들은 대학에 비해 관리감독을 덜 받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당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대학구조개혁'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같은 비판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학교 출연금 정도가 아니라 학교 전체 재산을 사학 설립자 2, 3세에 넘겨주는 꼴"이라며 "대학을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중심으로 "출연금 일부 환원 인센티브 필요" 목소리도
대학에선 출연 재산과 정부 지원금을 구분해 재산의 일부를 창립자에게 환원하는 방식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았으니 학교 문 닫으면 다시 국고에 귀속돼야 한다는 논리이지만, 그대로 할 사학재단은 없다"며 "어쨌든 처음엔 개인 재산이 투입됐으니, 지금까지 지원받은 부분 등을 계산해 일정 부분 인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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