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인섹타겟돈』
박찬은 2023. 1. 16. 10:35
외로움은 현대인들의 발명품이다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지음 / 서진희 옮김(미래의 창)
이 책은 역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외로움이 18세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감정이며, 외로움이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보편적 현상이 아닌 근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는 ‘외로움 부(Minister of Loneliness)’가 있고 ‘외로움 장관’도 있다. 관련 부처가 생길 정도로 외로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역사는 깊이 연구된 것이 별로 없다.
18세기 이전에 ‘외로움’은 ‘혼자 있다’라는 말과 동의어였을 뿐이었다. 16세기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단어를 “친구나 함께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슬픈, 동반자가 없는, 고독한 감정” 혹은 “인적이 드물고 외진 장소”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이 단어엔 오로지 종교적 몰입을 위한 고독이나 예술적 영감을 위한 고립만이 존재했다.
외로움이라는 한 감정의 역사를 파헤친 저자는 하나의 질문과 맞닥뜨린다. 수 세기 동안 그저 ‘홀로 있음’으로 여겨졌으며, 내면의 감정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혼자인 상태가 어떻게 현대에 들어 하나의 유행병이 되었는가. 저자는 단순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인 접근을 넘어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그 감정을 들여다보고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감정의 정체를 파악한다.
전근대 사회는 가족중심적이어서 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며, 산업화 이전의 농경, 가내수공업 시대에는 노인과 여자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크게 소외받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가내수공업이 줄어들고 공장이 늘어났고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던 공동체는 점점 축소되어 소외받는 사람들(특히 노인들)이 등장하면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고립되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산업화로 인한 도시화와 공장화는 전통사회를 해체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경쟁 심리와 함께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왔다.
저자는 유명인들의 사례와 문학작품의 주인공들을 통해 ‘외로움’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남편을 잃은 슬픔을 평생 지니고 살았던 과부 빅토리아 여왕의 외로움, 비극적인 가정사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소설가 실비아 플라스의 외로운 생애, 고독과 외로움의 상징과도 같은 버지니아 울프의 삶. ‘소울메이트’ 혹은 ‘영혼의 짝’이라는 개념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폭풍의 언덕』과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외로움이 지위고하, 남녀노소, 시대의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자 때로는 고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외로움은 두려움, 분노, 원망, 슬픔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감정이며, 심리적인 것뿐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외로움이 또한 언제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술적 영감이나 종교적 몰입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외로움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오늘날 『이코노미스트』는 “외로움은 21세기 역병이다”라고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소셜미디어 중독에서부터 미망인, 노숙자, 난민, 노인, 쇼핑 중독에서 마사지까지, 21세기 삶의 모든 면은 외로움과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다양한 인물과 역사적인 사건,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몰랐던 외로움의 일대기를 써내려 간다.
곤충이 사라진 세계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지음 /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펴냄
“미래에는 생물군이 대단히 단순화될 것입니다. 곤충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크고 독특한 것들은 죽어버렸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작아진 세상에서 살게 되겠죠.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유산입니다.” 곤충학자 데이비드 와그너의 말이다. 곤충은 인간에게 알려진 동물 종의 무려 4분의 3을 차지하고, 지난 4억 년간 있었던 다섯 번의 집단 멸종도 이겨내고 꿋꿋하게 생존했다. 인류는 곤충 없이는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곤충이 놀랄 만한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덴마크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곤충이 무려 97%나 사멸했다. 미국 전역에서 호박벌이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나비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쇠똥구리가 사라졌다. 핀란드에 있는 개울에선 더 이상 잠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곤충 멸종 사태를 과학자들은 ‘인섹타겟돈’이라 부르며, 이 재앙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英 『가디언』 환경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전 세계 곤충학자들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의 멸종 현상을 추적하고, 곤충의 위기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하나씩 파괴하는지, 막을 방법은 없을지 들여다본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3호 (23.1.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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