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부렸던 마법, 롯데도 시도해보나… 과연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인 LA 다저스는 특급 스타에 많은 돈을 써 로스터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타 팀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선수의 ‘장점’에 주목하는 전략으로 최근 쏠쏠한 재미를 봤다. 특히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짧은 불펜투수들을 잘 고쳐 썼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때 추락한 스타였다가 팀 마운드의 필승조로 화려하게 부활한 블레이크 트라이넨이다. 트라이넨은 오클랜드 소속이었던 2018년 38세이브를 거두며 올스타까지 등극한 특급 마무리였다. 그러나 2019년 평균자책점이 5점대에 가깝게 치솟으면서(4.91) 신뢰를 잃었다. 모두가 트라이넨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과감하게 트라이넨에 단년 계약을 제시해 영입했고, 트라이넨은 2021년 72경기에서 6승5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탓에 시즌을 망쳤지만, 다저스가 2021년 트라이넨에 투자한 돈은 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다저스는 트라이넨의 슬라이더에 주목했다. 트라이넨은 이전까지 종으로 떨어지는 쪽에 가까운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여기에 두 번 속지 않았다. 하지만 다저스는 트라이넨의 슬라이더를 반대로 개조했다. 횡무브먼트가 큰 슬라이더로 바꿨고, 이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저니맨 신세가 될 뻔했던 에반 필립스는 커터를 주문해 역시 큰 성공을 거뒀고, 2020년 마이애미에서 평균자책점 18.69를 기록했던 알렉스 베시아도 고쳐 써 필승조까지 올라섰다. 남들이 간과하기 쉬운 선수의 성공 재능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데이터와 코칭이 결합된 개조로 선수를 확 바꿔놓은 것이다. 세 선수 외에도 다저스 불펜에는 타 팀에서 고전했으나 이적 후 성적이 나아진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유강남(4년 80억 원)과 노진혁(4년 50억 원)을 동시에 영입해 팀의 고질병이었던 센터라인 보강에 성공했다. 반대로 마운드 쪽에서는 돈을 많이 쓰기보다는 예전에 잘했지만 지금은 성적이 많이 떨어진 베테랑 선수들을 싸게 수집하는 방향성을 선보였다. 김상수(35) 윤명준(34) 신정락(36) 차우찬(36)의 연이은 영입은 리그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전성기 시절에는 ‘고점’이 높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대표 좌완인 차우찬은 말할 것도 없고, 김상수도 2019년에는 40홀드를 거뒀던 불펜투수다. 윤명준은 1군 통산 389경기, 신정락은 313경기에 나가는 등 한창 때는 팀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아직 신체 능력이 남아 있을 때다.
팀 마운드 구성을 봤을 때 모든 선수들이 1군에 자리할 수는 없고, 롯데 또한 그런 성과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중 하나라도 재기해 지난해 노경은(SSG)처럼 1군에 든든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나머지 세 명의 투자 금액까지 한꺼번에 회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팀이 밀어주는 젊은 선수들이 지치거나 일시적인 슬럼프가 왔을 때, 혹은 주축 불펜투수들이 다쳤을 때 1군에서 그 공백을 메워주기만 해도 준 연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영입이다.
관건은 어떻게 고쳐 쓰느냐는 것. 그냥 영입만 한 것으로는 사실 의미가 없다. 이들이 반등하지 못하면 자리를 낭비하게 된다. 애매한 반등도 구단으로서는 다소 곤란할 수 있다. 이들이 1군 대기 요원으로 2군에서 우선권을 가질 경우 한창 던져야 할 어린 선수들이 2군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 복잡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까닭이다. 아예 반등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투자가 된다.
좋았던 시기에 보여줬던 기량을 제대로 찾는 게 중요하다. 그 좋았던 기량을 어떻게 회복시키고 인도하느냐는 선수의 노력도 있겠지만 롯데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몫도 굉장히 중요하다. 다저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롯데도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지난 3년간 쌓은 내공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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