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상반기 사실상 제로 성장”···한은, 다음달 성장률 하향조정 할 듯

이창준 기자 2023. 1.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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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 흐름에 접어든 국내 경기가 새해에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전망한데 이어 다음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까지 0%에 수렴하는 분기별 경제성장률 흐름을 예고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한은은 다음달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수정전망치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사이의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며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은이 한달 여 만에 전망을 하향조정해야할 만큼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두고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의 이유로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4분기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경우 분기별로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4분기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6억2000만 달러 적자를 보인데 이어 12월에도 적자가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무역수지 적자는 46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해외여행 등이 급증하면서 서비스수지까지 악화되는 환경을 고려해 볼 때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다면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망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주요 국내외 기관 중 가장 늦은 지난달 21일 1.6%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아직 이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전망은 (한은 전망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후 수출 및 산업 동향 지표가 다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기재부 발표 이후로도 수출과 내수가 빠른 속도로 동반 악화하고 있어 기재부 전망치(1.6%)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보다 0.9%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14.1%나 줄었다. 특히 반도체(-29.5%), 철강제품(-12.8%), 정밀기기(-11.5%), 가전제품(-50.4%) 등 주력수출 품목들의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를 중심으로 올해 세계 경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아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계속 저조해질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압박했던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흐름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임에도 경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도 전에 침체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I는 물가나 금리 등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초저성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작년에 대내외적으로 금리 인상을 많이 했는데 그 영향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KDI 역시 상반기까지는 분기별 성장률이 0%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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