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찍 탄소중립” 목표…핵심 열쇠는 ‘자동차’

양창희 2023. 1. 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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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편집자 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며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행된 탄소중립법에 따라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정 탄소중립 기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KBS광주는 정부 목표보다 5년 일찍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광주의 방향을 묻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1] “5년 일찍 탄소중립” 목표…핵심 열쇠는 ‘자동차’
[2]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마마챠리’, 한국엔 왜 없나?

지난달 미국을 덮친 기록적 한파.

■ 영화 같은 한파, 한겨울의 해수욕…‘기후 위기’의 그림자

냉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쫓아와 덮칩니다. 비행하던 헬기도 얼어붙었습니다. 순식간에 찾아온 한파는 며칠 만에 대륙을 꽁꽁 얼렸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영화 <투모로우>의 내용입니다.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올 겨울 미국의 한파는 살벌합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2시간 만에 기온이 25도가 떨어진 지역이 있을 정도입니다. 몬태나주의 최저기온은 화씨 영하 50도, 섭씨로 환산하면 영하 45도를 기록했습니다.

유럽은 정반대입니다. 겨울치고 너무 따뜻합니다. 알프스에서는 눈이 녹은 나머지 스키장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기온이 25도를 넘기며 겨울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탄소 중립’이 얼마나 시급한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 재생에너지, RE100도 중요하지만…광주 탄소중립 키워드는 ‘자동차’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서 합계를 ‘0’으로 만들자.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어떻게’입니다. 흔히들 떠올리는 건 거창한 방안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움직임) 달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필요하고 시급합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우선 순위는 달라집니다. 도시냐, 농어촌이냐, 산업단지 밀집 지역이냐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광주광역시의 주요 도로인 무진대로.


여기서 다룰 지역은 정부 목표보다 5년 더 일찍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광주광역시입니다. 핵심부터 말하면, 탄소중립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최우선 과제는 ‘자동차’입니다.

■ 자동차 온실가스 비중 ‘전국 1위’는 광주

통계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지역별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보면, 2019년 기준 광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47.9%가 ‘도로 수송’, 즉 차량 운행에서 나왔습니다. 대구와 대전을 제치고 전국 1위입니다. 전국 평균 13.9%보다는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전남과 울산은 이 비중이 각각 5%와 6%입니다.


광주에서 유독 차량의 온실가스 비중이 높은 까닭은 뭘까요? 무엇보다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대규모 산업단지나 발전소가 적다는 이유가 큽니다. 실제 광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가운데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 배출되는 비중은 16.3%로, 전국 평균 26.7%를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탓인데, 히려 그런 만큼 탄소중립에 다가서기는 더 쉬운 측면도 있습니다.

■ “지방에선 차 없이 못 산다”…자동차 편중 부른 도시계획

상대적으로 자동차 이용이 더 보편화된 것도 이유입니다. “‘지방’에서는 차가 없으면 생활하기가 불편하다.” 이른바 ‘지방러’라면 한 번쯤 들어 본 얘기일 겁니다. 광주 시민들도 흔히 하는 말입니다. 버스나 지하철보다 차량 이용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대중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광주의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전국 평균과 비슷하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입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차량 등록 대수 증가율은 광주가 6대 광역시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자동차 중심으로 짜여진 도시 구조는 더 많은 차를 부릅니다. 실제로 광주 지역 주요 간선 도로의 교통량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광주의 주요 길목인 광주여대 앞 교차로는 9년 만에 차량 통행량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른 주요 교차로도 통행량이 증가한 곳이 많습니다. 자동차 대수가 늘기도 했지만, 넓은 도로가 오히려 차량을 불러 모으는 ‘유발 수요’가 나타났다고도 해석됩니다.

김항집 광주대학교 도시재생·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주는 제2·제3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해서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 중심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적인 도시계획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률은 떨어지고, 승용차는 높아집니다. 2012년 광주에서 버스와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은 각각 36.2%와 36.4%로 엇비슷했지만, 2016년에는 버스 34.7%, 승용차 40.7%, 2021년에는 버스 26.2%, 승용차 49.1%로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통계는 코로나19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승용차 이용 확대 추세는 명백합니다.

■ 낙제점 받은 보행 환경…자전거 도로는 엉망

차량이 다니기 편할수록 사람과 자전거는 불편합니다. 2021년 광주시민권익위 조사 결과 광주 시민의 보행 환경 만족도는 60점을 못 넘었습니다. 자전거 도로도 열악합니다. 광주의 자전거 도로는 총 길이가 660여km에 이르지만 80% 가까이는 보행로 겸용입니다. 게다가 파손 구간이 150km이 넘습니다.

김광훈 광주광역시 자전거정책자문관은 “광주는 언덕이 심하지도 않고, 광주천이 도심 속에 흐르는만큼 자전거 타기에 좋은 지형이지만, 지형을 활용해서 자전거 도로를 정비했고 깔았느냐고 물어보면 ‘빵점’이라고 대답하겠다”라며 “특히 도심 속 다양한 시설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의 상황이 나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구호만으로는 변화 불가능…“차 덜 타도록 도시계획 바꿔야”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년에 나무 70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공익광고 같은 곳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이는 없을 겁니다.

광주광역시가 지난해 발간한 ‘2045 탄소중립 기본계획’.

그러나 구호만으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동차를 덜 타도록 도시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은 차량이 어떻게 하면 잘 소통이 되겠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왔었다”라며 “그러나 세계적인 흐름은 차량이 후순위고, 사람이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겠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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