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최저임금 6.6% 올랐지만… 물가 급등에 실질 소득은 뒷걸음

물가 7.7% 올라 실질임금 ↓
올 물가상승률 점차 낮아질듯

2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3년 시간당 최저임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월 201만580원이다. <연합뉴스>

최근 2년새 최저임금이 7% 가까이 올랐으나, 치솟은 물가 탓에 실질 최저임금은 되레 뒷걸음질쳤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9월 한국의 최저임금은 106.6(2020년 12월=100)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질 최저임금은 이 시기 98.2에 불과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에서 재작년 8720원으로 1.5% 올랐다. 작년에는 9160원으로 5.05% 더 상승했다. 2년간 6.6% 오른 셈이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재작년 2.5%에 이어 작년 5.1%로 2년간 7.7%가량 치솟았다. 최저임금보다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라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다만 올해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오른 9620원으로 책정됐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경제전망 때 올해 물가 상승률을 3.6%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과 가공식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1~2월 중에는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이후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11월 전망치 3.6%에 대체로 부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실질 최저임금이 뒷걸음질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작년 9월 실질 최저임금 수준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87.7로 10% 이상 하락했다. 포르투갈(99.7), 일본(99.3) 영국(97.4), 독일(97.3), 그리스(95.6), 캐나다(94.9), 스페인(93.8), 폴란드(93.5), 아일랜드(92.6), 네덜란드(88.8) 등 OECD 30개 회원국 중 21개국의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했다.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곳은 코스타리카(104.9), 칠레(103.1), 뉴질랜드(102.3), 프랑스(101.5), 벨기에(101), 호주(100.1) 등 9개국뿐이다.

OECD는 '인플레이션 상승기 최저임금' 보고서에서 "재작년 1월~작년 9월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결국 실질 최저임금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있다"며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이유를 분석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