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美 FDA 승인 획득, 한국 제약산업 선도한 종근당

이한경 기자 2023. 1.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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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국내 임상 건수 1위… 신약 개발로 글로벌시장 제패 나선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 제공]
황반은 안구 내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는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황반변성은 이 황반이 노화와 염증에 의해 변성되는 질환으로, 질환이 악화돼 망막과 황반에 구조적 변화와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 황반변성이 생기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별다른 예방법이 없어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지금까지는 오리지널 고가 치료제밖에 없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적잖았다.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 종근당 '루센비에스'

신약 개발을 위해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 [종근당 제공]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종근당이 팔을 걷어붙였다. 1월 13일 종근당이 자사의 제2호 바이오시밀러인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비에스'를 출시하면서 황반변성 고가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루센비에스는 라니비주맙을 주성분으로 하는 고순도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로, 종근당의 순수 독자 기술인 항체절편 원료 제조 기술로 양산돼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사용된다. 루센비에스 오리지널 약물인 루센티스는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 4조4000억 원을 기록한 안과질환 분야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주간동아'에 "루센비에스는 오리지널 약물이 지닌 적응증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장기적으로 투약해야 하는 환자에게 치료제 선택 기회와 의료비 절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흔히 복제약의 대명사로 통하는 제네릭(generic)은 화학적 합성을 통해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지는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단백질에 존재하는 유전정보들을 다른 미생물이나 세포 등에 이식해 만들기 때문에 화학적 합성과 달리 동일한 제품을 만들 수 없으며 더 높은 수준의 제조 기술이 요구된다.

종근당 루센비에스는 10년 노력의 결실이다. 종근당은 2012년 바이오시밀러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고생산성 균주를 개발하고 라니비주맙 항체 원료의약품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또 천안공장에서 제조한 상용화 원료의약품을 기반으로 2018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25개 병원에서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루센비에스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임상 3상에서 약물 투여 후 3, 6, 1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각각 15글자 미만의 시력 손실과 시력 호전을 보인 환자 비율, 최대 교정시력의 평균 변화, 중심 망막 두께 변화 등 지표에서 약물 효능과 기타 약동학, 면역원성, 안전성에서 모두 오리지널 약물과 임상적 동등성을 확인했다. 종근당은 제품 출시 후 320억 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2000억 원 규모인 동남아 및 중동 지역으로 진출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비 투자와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 한 해 매출(1조3436억 원)의 12.2%에 해당하는 1628억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2년 새 56개에서 87개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임상 승인 21건으로 5년 연속 임상 건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과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의약품을 타깃으로 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곳곳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제1호 바이오시밀러 빈혈치료제 '네스벨'에 이어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가 최근 출시됐다. 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 'CKD-702'는 지난해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약동학적 특징, 안정성 및 항종양 효과를 확인한 임상 1상 파트(Part) 1 결과를 발표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CKD-702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항암이중항체다. EGFR와 c-MET에 동시에 결합해 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또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살상 기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을 일으키는 작용기전으로 표적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바이오 신약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혁신 신약

종근당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신약 중심 연구개발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종근당 제공]
샤르코-마리-투스 질환 치료제 'CKD-510'은 종근당이 주력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신약후보물질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손과 발 근육이 위축되고 모양이 변형되며 운동 기능과 감각 기능이 상실돼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지만,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허가된 치료 약물이 없다. CKD-510은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 말초신경학회(PNS)에 참석해 샤르코-마리-투스 치료 신약 CKD-510의 유럽 임상 1상 및 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CKD-510에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CKD-510은 건강한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약물의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 1일 1회 경구 복용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유럽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CKD-510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방세동은 심방의 규칙적인 수축이 소실돼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성심질환, 확장성심부전 등 심장질환에 동반된다. 현재 치료제로는 이온채널차단제가 있지만 불충분한 약효와 동서맥, 심실부정맥 등 불안정성을 이유로 좀 더 효과적인 약물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이에 따라 CKD-510은 비이온채널차단제로서 심장의 리듬 조절과 심박수 조절뿐 아니라, 질환의 근본 원인도 개선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업계 최초 중앙연구소 설립

종근당은 과거 한국이 의약품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던 어려운 시절 국내 최대 규모 합성공장(1965)과 발효공장(1974)을 설립해 원료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제약산업 현대화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968년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미국 FDA 승인을 국내 최초로 획득하고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일본,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하며 국내 제약산업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1972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약 연구의 초석을 마련했다. 중앙연구소는 '원료 국산화 연구'에서 '신약 개발'로 목표를 전환하며 항생제 기초 원료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완전 국산화를 이룬다는 각오와 열정을 보여줬다. 1980년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항결핵제 '리팜피신'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결핵 치료제를 국산화했다.

종근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국내 제약산업의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는 제약 기술의 혁신으로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종근당은 국내 보건 수준이 매우 낮아 기생충 감염률이 높던 1950년대 구충제 '비페라'정을 출시했다. 특히 구충제 복용이 필수인 어린이들의 복용 편의성을 위해 당시 제제 기술로는 혁신적인 캐러멜 형태 제형을 선보였다.

1959년 비타민 제품이 범람하던 시절에는 차별화된 제품을 고민하던 끝에 비타민제에 조혈강장 기능을 더한 '헤모구론' 당의정을 개발했다. 헤모구론은 제품의 우수한 효과와 더불어 '천리를 가는 힘, 헤모구론'이라는 시그널로 시작되는 라디오와 TV광고, 신문광고, 옥외광고 등의 효과적인 광고 활동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1960년대 종근당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종근당은 또 국내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며 국산 면역억제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면역억제제는 장기이식 거부 반응 환자에게 주로 쓰이는 제품 특성상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고 기술 개발도 쉽지 않다. 면역억제제 분야 경쟁력은 1995년 야생곰팡이에서 추출한 균주로 개발에 성공한 면역억제제 '사이폴'에서 시작됐다. 사이폴은 세계적 수준의 발효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종근당의 독자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기폭제가 됐다. 면역억제제에 대한 자신감은 2003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타크로벨'로 이어졌다. 타크로벨은 출시 후 추가 임상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 우수성을 입증하며 다국적 제약사 일색이던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했다.

종근당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신약 중심 연구개발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1995년 기존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의약연구소로 이원화한 종합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며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나섰다. 2011년에는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에 최첨단 연구시스템을 갖춘 효종연구소를 열고 연구소를 기술연구소, 신약연구소, 바이오연구소로 특성화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종근당의 연구와 노력은 2003년 항암 신약 '캄토벨', 2013년 당뇨병 신약 '듀비에'로 결실을 맺었다. 또 2018년에는 종근당 최초 바이오의약품 '네스벨'을 개발해 일본 수출에 나섰고, 2019년에는 국내와 일본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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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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