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강남 아파트도 유찰되는 시대, 내게 맞는 경매법
연립, 다세대 등 빌라 경매시장은 더 최악이다. 2022년 11월 서울 빌라 낙찰률은 10%에 불과했다. 낙찰가율은 84.9% 수준으로 5월 97.6%를 기록한 이후 6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수치상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입찰법정 현장에 직접 가보면 더 격하게 느낄 수 있다. 주택 경매시장의 한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2022년 12월 5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들러봤다.
경매를 진행하는 수도권(서울 포함) 소재 16개 입찰법정 중 의정부지방법원과 더불어 입찰법정이 좁기로 유명한 법원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입찰자들로 가득 들어차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다소 의아해서 입찰과 개찰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 경매3계와 경매5계가 함께 진행된 경매에서 낙찰된 아파트나 빌라 경매 물건은 대부분 1회 또는 2회 이상 유찰된 것이었다. 1회 유찰된 물건들의 입찰자는 단독 입찰이거나 많아도 3명을 넘지 않았으며, 2회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반값 이하로 떨어진 물건들에서나 간혹 7~9명이 전부였다. 적어도 2022년 상반기만 같았어도 유망 지역 소재 아파트나 빌라 경매 물건의 경우 신건에 낙찰이 됐거나, 최소한 1회 유찰 후 2회차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평가액에 이르거나 감정평가액을 넘어 낙찰이 됐을 법한 물건들이다.
그럼에도 입찰법정이 꽉 들어찼던 건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분당인텔리지2 오피스텔 하나 때문이었다. 수인분당선 및 신분당선 정자역 더블역세권 입지에 층이나 향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해 임대사업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됐는지 무려 55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2022년 12월 5일 감정가 2억1800만 원의 70%인 1억5260만 원에 2차 경매가 진행됐다. 같은 평형대 매매가가 2억3000만 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더욱이 오피스텔은 매수가의 80%까지 경락잔금대출이 가능하다.
이 하나의 사례만 보더라도 요즘 주거용과 임대수익용 경매 물건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거용의 경우 대출 규제, 취득세 중과, 금리 폭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반면 오피스텔, 상가, 아파트형공장 등 주택을 제외한 임대수익용 부동산은 이러한 규제나 영향권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낙찰가율, 낙찰률 및 입찰경쟁률 감소는 비단 특정 지역에 한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강남권, 비강남권 할 것 없이 모든 지역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 전용 84.69㎡가 2022년 10월 18일에 이어 11월 22일에도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64%까지 떨어져 2023년 1월 10일에 3회차 경매가 예정돼 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2.6㎡ 역시 2022년 11월 22일 한 차례 유찰돼 2회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모두가 예전 같으면 신건(1회차)이나 2회차 경매에 낙찰됐을 법한 물건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2023년 상반기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감정가 대비 50~70%까지 떨어진 아파트나 빌라 경매 물건이 상당수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입찰자 유형도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취득세 중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점점 자산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로 재편되고 있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 혹은 갈아타기 기회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이영진 경매 칼럼니스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을 거쳐 세종사이버대 자산관리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경매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것이 경매투자다’ '돈 버는 경매 돈 잃는 경매’ '손에 잡히는 경매’ 등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영진 경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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