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 설 못쇠고 한식을 최대명절로 삼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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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일대에서 생활하다 이 지역이 소련(현 러시아)에 편입된 뒤, 연해주의 한국화를 막기 위한 소련 정부의 강제 이주 조치로 중앙아시아로 옮긴 고려인들은 러시아의 문화말살 조치를 뚫고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생활문화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5~2022년 현지 및 국내 거주 고려인들에 대한 생활문화 조사활동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착, 고려사람'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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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연해주 일대에서 생활하다 이 지역이 소련(현 러시아)에 편입된 뒤, 연해주의 한국화를 막기 위한 소련 정부의 강제 이주 조치로 중앙아시아로 옮긴 고려인들은 러시아의 문화말살 조치를 뚫고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생활문화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5~2022년 현지 및 국내 거주 고려인들에 대한 생활문화 조사활동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착, 고려사람’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특히 팬데믹 기간이던 최근엔 국내로 다시 이주한 고려인들을 상대로 탐문조사활동을 벌였다. 현재 국내 거주 고려인은 약 8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부분 고려인 3~4세대이다. 그들은 합법적인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하여 거주중에 있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중앙아시아의 계속된 경제적 침체와 자민족 중심정책,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을 찾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민족의 나라’, ‘조상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고려인들은 돌잔치, 결혼식, 한식(寒食), 환갑 등은 반드시 지킨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설, 추석을 대표 명절로 여기는 반면, 고려인들은 한식을 고려인 최대 명절로 여기고 있다.
구소련 시절부터 사회주의 운동 및 소수민족 탄압에 따라 민족들의 고유 명절들은 구시대적 미신으로 여겨져 말살시키려고 하였고, 그에 따라 설, 추석을 지내는 일은 점차 사라지고, 이어 잊혀지고 말았다. 고려인 대부분은 설과 추석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한식(寒食)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다. 한식이 고려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은 한식날을 잊지 않기 위해 양력 4월 5일을 한식이라고 지정해 두고 잘 전승시키고 있다. 설과 추석이 강제 말살되면서 한식은 현지에서 고려인들의 최대 명절로 이해하고 있어, 학교, 회사 등에서 휴가를 인정해주고 있다.
이는 국내에 체류한 고려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현지처럼 휴가를 내면서 지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이지만 힘든 국내 환경에서도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한식 제사는 반드시 지키고 있다.
국내에 와서는 현지처럼 직접 묘지에 찾아가지 못하지만, 고려인들끼리 합동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아니면 한식날 가족들끼리 모여 그들의 방식대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한식제사는 조상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러 이 시기에 현지에 다녀오는 고려인이 상당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한식은 고려인들에게 중요한 명절이라고 조사연구팀은 전했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고려인들은 1937년 강제이주 이후, 상당수가 다시금 고국으로 새로운 이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낯선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고려인들은 우리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같은 피가 흐르는 하나의 민족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서라도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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