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넘어온 북한 무인기, 왜 못 막았나
사건은 지난해 12월26일 오전 10시25분께 시작됐다. 북한 무인기 다섯 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도 김포·파주 상공을 비행했다. 무인기 한 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해 은평·강북 하늘을 날아다녔다. 교란용 무인기 네 대는 강화도 일대를 비행하고, 정찰용 무인기는 서울 북부로 향했다. 수차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 먹히지 않자 군은 격추 작전에 돌입했다. 교동도 서쪽 해안에서 레이더에 포착된 무인기를 향해 사격 100여 발을 가했다. 작전은 실패했다. 한 대는 북한으로 돌아갔고, 네 대는 항적이 사라졌다.
이전에도 북한 무인기는 여러 차례 MDL을 넘었다. 2014년 경기도 파주의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청와대 일대를 촬영했다. 2017년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기체는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THAAD) 기지 일대를 찍었다. 이후 5년간은 북한 무인기가 포착되지 않았다. 2018년 9월19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남북 군사합의)’가 나온 뒤의 일이다. 양측은 MDL을 기준으로 동부 지역 15㎞, 서부 지역 10㎞를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5년 만에 북한이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 기술이 낮은 수준이기에 대중의 공포가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종회 선임연구원은 무인기가 시민을 무차별 공격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북한의 기술이 뒤떨어져서만은 아니다. 정찰과 달리 ‘공격’은 확전으로 이어지고, 곧 전면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선임연구원은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무인기에도 “정찰용 카메라를 싣거나, 최악의 경우 강력한 폭약 정도를 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8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을 이용한 폭탄 암살 시도를 겪었다.
군은 왜 막지 못했을까? 지난해 12월27일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공격용 무인기는 우리 탐지·타격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 작은 크기로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방어가)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해 12월27일 국무회의에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훈련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 (…)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드론부대를 창설하고 최첨단으로 스텔스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인기 침범 당시 윤 대통령이 “확전 위험도 각오했다”라고 밝혔다.
얼핏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강경한 입장으로, ‘유화책’에 의존한 지난 정권의 기조를 엎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파악하고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12월26일 “전략 도발이 아니라 실제적 도발을 했기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에는 “전쟁 중에 현장 대응을 해야지 토론을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급박했어야 할 12월26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비공개 만찬을 열었다.
여권에서도 NSC 미소집을 놓고 비판이 나왔다. 12월27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쟁이 일어나도 ‘실시간 대응’하느라 NSC를 열지 않을 겁니까?”라고 썼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2월28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토론’ 안 하고 달려가서 무인기 한 대라도 격추했나? 현장 대응은 군의 안보 담당자들이 하는 거고,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참모들은 긴급회의를 해서 대응 강도를 따졌어야 한다. 그러라고 NSC가 있는 거다.”
“확전, 각오하는 게 아니라 방지해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냈다. 그가 보기에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강경책과 유화책의 대립이 아니다. 무능이다. 상대 기체를 요격하지 못한 작전 실패만 뜻하지 않는다. 4성 장군 출신인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위기관리의 ABC도 모르는 판단만 했다”라고 말했다. NSC 미소집뿐만 아니라, ‘강경책’처럼 보이는 조치조차 안일함의 발로였다고 그는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한 대통령의 ‘확전 각오’ 지시에 대해 김병주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안보 위기관리의 기본은 조기 종결이다. 이번 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 비행기가 1시간 동안 못 떴다. 무인기가 또 와서 10시간쯤 못 뜨게 되면? 경제가 마비되고 국제적으로 위험한 국가로 찍힌다. 군인은 전쟁 불사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기본은 확전을 각오하는 게 아니라 확전을 방지하는 거다.”
어떻게 방지해야 했을까? 북한이 무인기를 보냈을 때의 손익계산을 다시 하게 만들어야 한다. 레이더와 전파를 이용해 방어체계를 촘촘히 하면 북한이 얻는 이익이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드론부대 창설’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적합한 대응책도 아니라고 김병주 의원은 말했다. “군은 20년 전부터 드론을 운용해왔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드론과 무인장갑차·무인전차 등을 접목해 드론봇부대를 만들었다. 합참은 대통령 발언이 ‘드론 첨단화’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무인기를 격추하는 무인기는 우리가 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손해’를 강화하는 방책은 NSC와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의 말이다. “NSC는 종합적 대응을 한다. 북한의 행위는 9·19 군사합의와 정전협정 위반이다. 유엔이나 미국에 정확히 알려 추후 대응을 논의할 수 있다. NSC를 거쳐 외교부·통일부·국정원·지자체를 포괄하는 통합방위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이걸 안 열면 군사작전만 보강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것이다.”
무너진 외양간에는 대통령실도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경호가 실패했다.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인 용산 대통령실 반경 3.7㎞에 진입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김 의원은 12월29일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합참 공보실은 당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조사를 거친 뒤인 1월5일 합참은 말을 바꿔,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부분을 통과했다”라고 밝혔다. 항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부른 반박부터 내놓았던 셈이다. 작전에 실패하고 사후 대응도 부적절했던 정부와 군이, 애꿎은 상대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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