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단일안 내야…사회적 합의 거쳐 국회 주도로”

이창곤 2023. 1.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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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동주최 연금 포럼·설문
바람직한 개혁방식 물어보니
16명 중 11명이 복수안 반대
국회가 개혁 논의 주도하되
노사정, 시민 등 의견 수렴
한겨레,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 ‘국민연금 개혁 전문가 포럼’ 참가자들이 2022년 10월 22일 4차 포럼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병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 제공

누가 어떻게 국민연금 개혁을 달성할 것인가? 연금 개혁은 내용만큼이나 방식도 중요하다. 단일안을 낼지 복수안을 낼지, 정부나 국회가 주도할지 사회적 합의 중심으로 갈지 등 방식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지난해 8~10월 4차례 릴레이 토론과 같은 해 10~12월 설문조사에서 “개혁안은 복수안과 단일안 가운데 어떤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16명의 전문가 중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를 비롯한 11명이 “단일안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차 재정추계에 따른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4개의 정책조합안을 제시했고,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단일안을 내지 못하고 3개의 안을 내놓았으나 제도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복수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수석을 지낸 김연명 중앙대 교수를 포함한 4명이 선호했다. 다만 이들도 3개 이상이 아닌 2개의 안을 내고 논의에 부치는 게 좋다고 답했다.

개혁안을 “누구의 주도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가”란 질문에는 전문가 16명 가운데 11명이 “국회”라고 답했다. 이들은 “국회가 주도하더라도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일반 여론이 수렴되고 반영되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특히 “국회에서 결정하기 이전에 사회적 기구에서 시민들과 전면적 토론을 하며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나머지 3명은 “정부”라고 답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만 유일하게 “노사정 합의에 따라 단일안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국회에서 논의되더라도 노사정 논의를 전제로 해 단일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정 합의’를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시기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개혁하겠다던 공약과 달리, 정부의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란 두 개의 경로로 개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에 민간전문가위원회를 뒀는데, 이 위원회는 이르면 1월 말 개혁안을 마련해 연금특위에 제출한다는 일정으로 세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는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와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아직 방식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국회에 별도의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포럼 어떻게 열었나

<한겨레>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 개혁 전문가포럼’에 참여한 전문가 16명은 지난해 8월24일 1차 토론을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모두 4차례 설전을 벌였다. 연금개혁 첫 단추인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발표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에 핵심 의제를 추출해 전문가들 사이에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높여보자는 취지다.
포럼 목표는 팩트체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을 근거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해 온 전문가들이 최소한의 합의를 하자는 데 두었다. 보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한겨레>는 토론 내용을 곧바로 전하지 않고, 토론을 마친 뒤인 지난해 10~12월까지 전문가별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를 종합 정리해 보도하기로 했다.
포럼 주 토론자는 재정안정·소득보장·보편성 강화 등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입장 차이를 고려해 선정했다.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김용하(순천향대)·석재은(한림대) 교수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김연명(중앙대)·주은선(경기대) 교수와 정해식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국민연금 사각지대 완화를 주장하는 김원섭(고려대) 교수 등 7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 김상호 전 보건사회연구원장, 구인회(서울대)·양재진(연세대)·남찬섭(동아대)·김진석(서울여대) 교수 등 전문가 7명이 패널로 추가 합류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최옥금 선임연구위원, 김혜진 부연구위원을 비롯한 연구자 2명도 포럼 진행을 원활히 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밖에 국민연금연구원의 성혜영 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류재린∙이다미 부연구위원, 이병재 전문연구원 등 4명이 실무 작업에 참여했다. 연금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릴레이 토론을 벌인 것, 그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라고 참여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낼 정도로 전례 없는 매머드급 참여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사실(Facts)에 기반해 상대 쪽의 주장을 함께 검증하는 팩트체크 과정이 최소한의 합의 도출에 큰 밑바탕이 됐다. 이는 또한 주요 쟁점에 대한 상대 쪽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한겨레> 등이 마련한 이번 “‘국민연금 개혁 전문가포럼’이 국회와 정부에서 이뤄지는 연금개혁 논의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연금개혁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 참가한 전문가 16명 가운데 절반인 8명이, 정부의 재정계산위원회에서도 15명의 위원(정부위원 두 명 포함) 가운데 7명이 이번 포럼에 참여했다. 이 전문가포럼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나 정부의 재정계산위원회의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사전 논의의 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 토론자와 패널 등 참가자들의 태도도 논의를 원활히 끌어내는 요소였다. 신문 지상이나 여타 토론회에서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격돌했던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 상대를 존중하고 이견을 인내 있게 경청하는 열린 태도와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보였다.

이창곤 선임기자, 임재희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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