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녀의 <그 아름다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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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를 닮은 할머니와 손녀가 있다. 정교한 뜨개질 솜씨로 한 땀 한 땀 작품을 완성해가는 할머니 서윤남 작가와 뜨개는 물론 그림까지 탁월한 실력으로 입지를 다진 손녀 손보민 작가의 이야기다. 그런 두 사람이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만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특별한 연대에 나섰다. 전시 <그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서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고운 손과 젊은 손녀의 맑은 손이 이뤄낸 앙상블이 돋보이는 전시에선 아기자기한 작품은 물론, 점점 해체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조명했다. 서윤남 작가의 딸이자 손보민 작가의 어머니 최우현 씨가 이번 전시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전시 <그 아름다운 연대>를 개최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족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장기간 고립의 시간을 겪으면서 사람 간의 소통이 더 어려워졌고, 가족이 해체되는 속도가 빨라졌죠. 하지만 결국 힘들 때 손을 내밀게 되는 건 사람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족을 먼저 찾게 되죠. 잊고 있었던 가족의 사랑, 따뜻함을 일깨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어요.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는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할머니는 손녀에게 애틋함을 가지고, 손녀는 할머니로부터 온기를 느끼죠. 그 어떤 관계보다도 이상적이고 따뜻한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서윤남 작가(할머니)와 손보민 작가(손녀)는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작품 세계관을 공유해요. 서윤남 작가가 인형 옷을 뜨개질하면 손보민 작가가 그 배경을 그려요. 작품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죠.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해요.
서윤남 작가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 원동력이 뭘까요?
다시 사회 활동을 하는 데 대한 기쁨인 거 같아요. 보통 자식을 키우고, 사회에서 은퇴한 뒤에 찾아온 적적함을 견디는 게 힘들다고 해요. 서윤남 작가도 80세까지 대구에서 홀로 지냈는데, 주로 친구들을 만나고 취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허리 건강이 나빠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서울로 모시고 왔는데, 어느 날 인형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하셔서 2014년 처음 전시회를 열었어요. 본인 작품이 전시된 모습을 보자마자 기력을 되찾으시더라고요.(웃음) 마치 태엽 인형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
할머니의 손재주를 빼닮은 손보민 작가는 이번 전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할머니와 작품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평소에도 왕래가 잦아요. 전시를 앞두곤 더 자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요. 할머니와 특별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도전에는 나이가 없어요. 그리고 통하는 부분이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연대할 수 있어요. 서윤남 작가의 전시엔 많은 어르신이 찾아와요. 어르신들이 전시에 대해 질문하면 설명해드리고, 무엇이든 마음을 굳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사람이 항상 꿈을 갖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전시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에디터 : 하은정, 김연주 | 사진 : 전시 주최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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