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었다, 이하늬의 제2막[인터뷰]
배우 이하늬가 자신의 인생 제2막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6월 예쁜 딸아이를 품에 안은 그는 엄마로서, 나아가 모성애를 경험한 배우로서 더 넓은 신세계에 발을 내밀었다.
“출산을 겪으면서 인간계와 신(神)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한 생명의 씨앗이 태아로 시작해 인간이 되기까지 제 몸 안에 있다가 27시간 진통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데, 정말 신세계였어요. 출산의 고통 자체가 신의 영역 같았죠. 이후로 산후조리를 할 땐 ‘내가 동물인가’ 싶은 나날이었어요. 젖이 불고 피가 한달간 쏟아지면서 ‘이땅의 엄마들이 이런 일을 겪었구나’ 생각하니 경외감이 생기더군요. ‘엄마’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똑바로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이하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유령’(감독 이해영)으로 극장 나들이에 나서는 설렘과 박소담, 이솜과 호흡,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소소하지만 각별한 경험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파도 연기한 박소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
그는 극 중 베일에 싸인 여성 박차경 역을 맡았다. 항일스파이 ‘유령’로 의심받는 인물 중 하나로, 설경구, 박소담, 서현우, 김동희, 박해수 등과 함께 호흡했다. 특히 그는 항일조직 흑색단 난영(이솜)과 아슬아슬한 워맨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부분에 대해 이해영 감독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차경’과 ‘난영’의 관계를 설명할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우정? 연인? 그렇게만 설명할 수도 없는, 아우를 수 없는 관계였어요. ‘죽기 위해 사는 삶’을 사는 두 사람의 공동 연대감이 얼마나 셀까. ‘차경’이 ‘난영’을 잃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오묘한 관계는 상대역이 이솜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솜은 모델 체격이고, 여러 얼굴이 있어요. 스파이 코트를 입었을 때 어떤 면에선 정말 멋지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름다운 외모인데 씨익 웃을 땐 어린아이가 웃는 것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도 있었고요. 그것 때문에 두 사람 관계가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워낙 이솜이 절 배려해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요.”
함께 연기한 박소담은 이 작품 촬영을 마친 지난 2021년 12월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고 1년여만에 쾌차했다. 이하늬는 고통을 이겨내고 촬영에 임한 박소담에게 존경심을 표현했다.
“진짜 대단하다란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때 박소담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였는데요. 개인적으로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힘들었을텐데도 겉으론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액션신도 보통의 배우들에게 볼 수 없는 기개로 임해 감동이었고요. 나이가 어린 것과 상관없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초보엄마, 세상 바라보는 시야가 편해졌어요”
딸을 낳은지 200여일 채 되지 않았다. 40대가 코앞인데 이제야 초보엄마라며 행복하면서도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결혼하기 전엔 나도 나름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인간을 품고 키운다는 건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더라고요. 미성숙한 제가 혹시나 아이가 가진 고유의 기질을 방해할까봐 두려움도 들더라고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느낌이에요. 주양육자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게 되니, 어떤 것도 함부로 할 수가 없더라고요. 작은 생명체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게 어마무시한 책임감이 따르는데, 어쩔 땐 숨도 안 쉬어질만큼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또 이만한 행복을 다른 영역에선 찾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출산과 육아는 ‘인간 이하늬’의 삶에서 큰 변곡점이라고 인정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편해졌어요. 아직 초보 엄마라 이런 얘기하긴 그렇지만요. 하하. 자기가 할 수 없는 무엇을 아주 무기력함 없이 내려놓을 줄 알 때 어른이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나이 상관없이 부모가 되면 다 어른이 되나보다를 느끼는 요즘이에요. 한단계 나아가선 아이가 원한다면 기쁘게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엄마로 살려고 하니까, 마음에 조금 더 확장된 공간이 생겼고요. 아마도 작품을 고를 때 역시 이런 변화가 반영되겠죠?”
엄마로서, 개인으로서 ‘더 잘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어릴 땐 책임감을 가득 지려고 해서 죄책감도 컸던 것 같아요. 그만큼 못해내면 모두에게 미안해지는 채무감에 짓눌려있었죠. 이젠 ‘인간 이하늬’에겐 숨쉴 수 있게끔 해주고 싶어요. 기왕이면 신나고 재미나게 살고 싶고요. ‘어떻게 잘 살아야하는가’란 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하루하루 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스태프들의 소중한 하루에 제가 폐되지 않고 충만하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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