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잠자던 엔화가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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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엔화가 꿈틀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달러화 약세, 일본은행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엔화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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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엔화가 꿈틀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달러화 약세, 일본은행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엔화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것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이익을 볼 만한 상품에 일찌감치 투자하고 나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2~13일) 개인은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29억3361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하반기 개인 순매수 규모는 68억2390만원인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를 단 열흘 만에 사들인 것이다.
엔화를 직접 사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거주자 엔화 예금 잔액은 작년 11월 말 기준 약 7조57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조2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엔화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커런시셰어스 재패니즈엔 트러스트(FXY)’ ETF는 달러가 고점을 찍고 약세로 돌아선 작년 10월 20일 이후 약 3개월 동안 13.2% 올랐다. 같은 기간 엔화 가격을 2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엔(YCL)’ ETF도 25%나 뛰었다.
엔화 관련 자산에 뭉칫돈이 몰린 이유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ETF 중 엔화에 투자하는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하다.
엔화는 지난해 10월 중순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으나, 이후 서서히 강세를 보이며 120엔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14일 기준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27.85엔을 기록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이유는 미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다소 느슨해진 가운데 일본의 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장기 저금리 기조를 뒤로 하고, 사실상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일본은행은 10년물 장기금리를 0%에서 변동 폭 0.25% 정도까지만 유지하는 금융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동 허용 폭을 0.5%까지 확대했고,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10년간 일본은행(BOJ)을 이끌며 엔저 시대를 굳혔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오는 4월 퇴임하면 일본의 통화 정책 방향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은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BOJ 통화정책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행의 긴축 방향성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지금보다 더 강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10년 금리는 새로운 관리 목표 상단인 0.50%에 도달했으며,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며 “기존의 완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추가 조치에 대한 신호들이 이번 회의에서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발표 예정된 미국 12월 주요동행지표는 서베이 지표 부진 등을 고려하면 추가 둔화가 예상돼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며 “여기에 1월 BOJ 통화정책회의에서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소식 역시 엔화 매수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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