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황정민·현빈 '교섭'… 안전함을 택하고 매력을 상실하다
※ 해당 기사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선교를 떠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의 인질로 사로잡힌다. 원칙주의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이 피랍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향한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교섭'의 줄거리다.
현장과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박대식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정재호는 이를 외교적으로 최악의 패라고 일갈한다. 희생자를 만들 수 없다는 공동 목표는 있지만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지난 2007년 7월 실제로 발생했던 샘물교회 피랍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영화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다뤘다. 감독은 논란 가능성을 의식한 듯 실제 사건이나 인질들보다도 '인질 구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달리는 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려 애쓴다.
사사건건 부딪혔지만 결국 정재호는 인질 가족의 눈물을 보고 감응하여 갑작스레 자신의 신념을 바꿔 나 홀로 탈레반과 대면 협상에 나선다. 박대식은 '1%의 가능성이라도 믿어봐야 한다'라며 그를 질책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힘을 보탠다.
마음을 바꿔 행동에 나서는 정재호의 변신은 신파적이고, 누구보다 마초적으로 행동하지만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박대식은 전형적이다. 현실에는 없는 가공된 두 인물답게 다분히 극적이다. 종국에는 인질들이 구출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예상하는 상황에서 뻔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뻔한 상황은 손에 땀을 쥐게 하지 못한다.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고 적당히 잘 가공된 상업영화의 틀을 고스란히 따른 '교섭'은 흥행 리스크는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적으로 안전한 길을 택한 모양새다. 그러나 풀어야 하는 숙제, 정작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는 애써 외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영화가 종종 담백함을 잃고 과잉된 감정과 편파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질들에 대한 묘사 역시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남겨진 가족을 향해 '미안하고 사랑하는 말을 전해달라'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나 '살고 싶어요'라고 절규하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비치며 관객의 감정에 호소한다. 감정을 덜어내고 더욱 차갑게 다뤄야 하는 소재이지만, 영화는 '비워내기'에 실패한 것으로 보여진다. 민망할 정도로 기시감 가득하고 예측 가능한 대사의 향연 역시 아쉬움을 더한다.
여느 작품에서처럼 맡은 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후반부 15분에 달하는 일대일 교섭 장면을 멋지게 소화해낸 황정민 씨의 열연과 남성적이고 거친 모습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 현빈 씨의 변신. 무엇보다 아프간 유일의 파슈토어 전문가인 한국인 통역사 카심으로 분해 완벽하게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해낸 강기영 씨의 빛나는 도전 등은 '교섭'이 남긴 몇 안 되는 성취 중 하나다.
[사진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YTN star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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