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만든 인육 파이…지독한 역설의 아름다움 '스위니토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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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변호사, 해군, 재벌 2세, 귀족인육 파이를 만드는 남녀는 "종류도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이라며 섬뜩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터핀 판사에게 복수할 절체절명의 기회가 왔지만 스위니토드를 이를 놓치고 복수심을 개인에서 사회로 키운다.
인육 파이를 만드는 잔인한 일을 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라는 명목하에 스위니토드와 러빗 부인은 신나게 노래하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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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전체로 번지는 개인의 복수
'인육 파이' 소재로 사회 풍자
극에 흐르는 불협화음과도 절묘한 합
판사, 변호사, 해군, 재벌 2세, 귀족…인육 파이를 만드는 남녀는 "종류도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이라며 섬뜩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인류의 역사엔 언제나 윗놈이 아랫놈을 등쳐먹는데, 기막힌 반전이라며 윗놈이 아랫놈의 식사거리가 된단다.
비이성적이고 해괴망측한 대화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단어는 '평등'. 가게에 오는 손님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자기들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노래하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든다. 서늘함과 강렬함, 슬픔과 통쾌함 등 양가적 감정이 쉼 없이 오간다. 불협화음 속 균형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다.
'스위니토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이다. 손드하임은 1973년 런던에서 크리스토퍼 본드의 연극 '스위니토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 1979년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선보였다. 초연 이후 작품은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올리비에 어워즈 등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이다. 귀족 문화가 정점에 달하고, 권력층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던 시대, 젊고 재능 있는 이발사 벤자민바커는 사랑하는 아내 루시를 터핀 판사에게 빼앗겼다.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추방된 그는 15년 후 스위니토드로 이름을 바꾸고 터빈 판사를 향한 복수에 나선다.
그런 스위니토드를 돕는 건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이다. 러빗 부인은 자신의 가게까지 내어주며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는다. 그렇게 터핀 판사에게 복수할 절체절명의 기회가 왔지만 스위니토드를 이를 놓치고 복수심을 개인에서 사회로 키운다. 이때 러빗 부인은 '인육 파이'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신나게' 사람을 죽이며 복수에 대한 갈증을 채워나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역설의 연속이다. 인육 파이를 만드는 잔인한 일을 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라는 명목하에 스위니토드와 러빗 부인은 신나게 노래하고 춤춘다. 소름 끼치는 내용의 가사에 흠칫하다가도 이내 유쾌한 대사에 코웃음이 쳐진다. 공포스러운 아이디어를 내는 러빗 부인은 때론 사랑스럽다. 보고 있자니 얽히고설킨 배역들의 관계처럼 덩달아 감정의 타래가 한층 복잡해진다.
이러한 위태로움은 스릴러 뮤지컬인 '스위니토드'의 진가를 더 돋보이게 한다. 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면도날을 들고도 딸 조안나를 향한 애끓는 부정을 드러내는 스위니토드의 모습은 어딘가 서글프다. 반면 작은 죄에도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정의'를 내세우는 터핀 판사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조안나를 탐하니 과연 누가 '악'이고 '선'인지 알 수 없다. 여운을 남기는 씁쓸한 결말까지 참으로 흔들림 없는 기조다.
손드하임의 이름 앞에 붙은 '천재'라는 수식어의 힘은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극 전반에 흐르는 불협화음은 '스위니토드' 속 위태로움을 치명적인 매력으로 발전시킨다. 불협화음 안에서 피어나는 완벽함은 '스위니토드'의 스토리와 꼭 들어맞는다.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Song Through) 형식도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앙상블의 조화도 좋다.
특히 놀라운 건 러빗 부인을 연기하는 배우 전미도다. 방대한 대사량을 빠른 속도로 쏟아내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때론 잔혹하면서도 기괴하게, 때론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완벽한 줄타기를 하는 매력적인 러빗 부인이다.
공연은 3월 5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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