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대통령의 다단계 왕국]②서울·청주·제주까지…전국에 뻗은 코인총판
[편집자주] 2018~2021년 테헤란로는 코인 다단계 세력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인근 카페에서 은퇴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뿐 아니라 서초·신논현역 등에 사무실을 두고 적극 영업에 나섰다. 그 중심에 '코인 대통령'이라 자칭하던 '심○○(59)'이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렇게 얻은 인맥과 자본으로 코인 다단계 조직을 꾸린 인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 씨의 다단계 조직은 수십여 개의 코인 프로젝트 재단을 운영, 수조원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1>은 당시 심 씨의 코인 다단계 함정에 빠졌던 투자자들을 만났다. 현재 일부 피해자가 심 씨를 상대로 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으로, 오는 2월 9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 2020년 12월1일 오후 1시. 심 모씨의 사무실 설명회장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심 씨는 2018년 모바일 게임 회사를 운영하다 실패한 경험을 100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털어놨다. 수중에 520만원밖에 없었지만, 직원들을 설득해 무급 휴직 후 '더마이다스터치골드(TMTG)' 코인 개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청주 군대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필사적으로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에 TMTG 코인을 상장했고, 그 결과 큰 이익을 거뒀다고 자랑했다. 청주·구미·대전·세종·포항·양산 등 전국에서 활동하는 판매총책을 통해 상경, 투자 설명회를 찾은 이들은 연신 '헐', '우와' 등을 연호하며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
심 씨는 청중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뿐 아니라 개별 투자자를 만나 더불어 SK플래닛, OK캐쉬백, 롯데 엘포인트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누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투자자가 진행한 형사 소송을 통해 이는 단순한 마케팅 협업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리딩방 운영하며 적극 영업…코인 판매뿐 아니라 '스테이킹' 통한 기망도
지역 중소기업의 임원인 A씨는 2018년 코인 투자에 첫발을 들였다. 주식 및 해외선물 투자 리딩방에서 '마○○'을 따라가면서다. 당시 마 씨는 월 150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종목을 '집어주는' 텔레그램 리딩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 씨는 자칭 코인대통령 심 모씨가 관리하던 '더마이다스터치골드(TMTG)'를 A씨에게 추천했다.
A씨가 TMTG에 투자했던 1억원은 공중분해됐다. 마 씨는 A씨에게 투자 금액의 10~20배로 불려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른 투자자들은 TMTG 코인을 ICO 과정에서 150원대에 매수해야 하지만, 20~30원 사이에서 매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꼬드겼다. 기대와 달리 가격이 하락하자 A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마 씨와 심 씨에게 적극 항의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쪽과 마카오 썬시티에서 500억원이 준비돼있으며, 그 돈으로 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겠다고 다독였다. 코인에 '락'이 걸려 있어 원하는 때 매도를 할 수 없었던 점과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았던 점에 대해 투자자들이 항의를 위해 카카오톡방, 텔레그램방을 찾았지만 이미 방은 '폭파'된 후였다.
코인을 잊고 살던 A씨 앞에 지역 판매 총책이 나타났다. '럭스바이오(LBXC)'라는 새로운 가상자산과 함께였다. 충북 청주팀에 속해 있던 한 모씨와 지 모씨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LBXC 마케팅을 맡고 있던 서 모씨 또한 A씨에게 원금 복구를 위해 좋은 기회를 제안하겠다고 했다. 본인 또한 2018년 TMTG 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고 심씨 밑으로 들어갔는데, 현재 홍콩에 소재를 두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좋은 투자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A씨를 비롯한 투자자 여럿은 상경까지 결심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소재한 이들의 사무실을 방문하자, 화장품 다단계 회사를 운영하며 자본금 50억원 안팎을 쌓은 서울 소재 총책 전 모씨가 이들을 반겼다. 이들은 보다 발전된 수법을 선보였다. 단순히 코인을 저점에 매수해 리딩을 받고 고점에 매도하기보다, '스테이킹'을 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적극 추천했다.
이들은 가상자산 스테이킹 상품인 '하데스프라임'과 '스테이킹 데일리'를 운용했다. 1000달러부터 10만달러까지 총 5개의 상품으로 구성됐다. 이더리움을 주고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매일 TMTG, LBXC, 베이직(BASIC) 등의 코인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코인에 밝은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의 코인을 직접 구매해 이들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전송했다. 코인 투자에 익숙지 않은 투자자들은 현금을 판매 총책과 현금 조달책에게 송금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구매했다.
갑작스럽게도 2020년 8월부터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한 코인과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데일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바지 대표'가 도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돈으론 보상해줄 수 없으니 본인들이 발행한 코인을 주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코인으로라도 보상을 받고 싶은 이들에겐 '합의서'를 작성해오라 종용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합의서를 작성한 인원만 2000명을 웃돈다. 코인 대신 현금을 요구하는 이들을 묵살하고 합의를 원하면 코인이라도 챙기라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코인→카지노?…연이어 발전하는 수법
심씨와 약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B씨는 이들의 수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당시 심씨는 분양대행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운영하며 큰 돈을 만졌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아파트나 오피스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으키는 대출이다. 추후 프로젝트에 투자한 원금과 그에 대한 수익을 돌려받는다.
B씨는 "PF는 좋은 말로 투자받는다고 하고, 나쁜 말로는 사채라고 한다"라며 "당시 수십억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는데 원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라고 말했다.
2005년 투자금 회수 문제로 B씨는 심씨의 측근인 문씨와 법적 공방을 벌였다. 연락이 끊겼던 심씨와 문씨는 2018년 급작스레 B씨를 찾아와 TMTG, LBXC, 플로우(FLOW), 메티스, 아픽스, 드레곤베이, 와플 등을 추가 구매하게 했다. 총 4억원을 손해 본 B씨는 현재 모델하우스 경비로 근무 중이다.
심씨와 10년 이상의 연을 맺어왔다던 C씨 또한 지난해 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이동했다고 봤다. 제주도에서 카지노 관련 사업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현재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사업장에는 내국인이 입장할 수 없다. 이들에 따르면 심씨 등은 외국인 신원을 사와 내국인에게 제공하고 인당 수천만원의 소개료를 받았다.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D씨 또한 "청주 등지에서 자동차 판매 다단계 사기를 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라며 "부동산에서 코인, 이후에는 카지노나 다른 사업으로 계속 번져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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