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글로벌로 가는 꿈"…일본-유럽 이어 실리콘밸리까지 삼킨 네이버
네이버랩스·왓패드 등 인수로 글로벌 도약 기술·콘텐츠 경쟁력 확보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네이버가 북미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에 다시한번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포시마크를 최종 13억1000만달러(취득일 기준 약 1조6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투자이자 국내 IT기업이 10억달러 규모 이상의 실리콘밸리 상장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성이 재조명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한국 IT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주요 시기마다 결단력 있는 전략적 M&A를 통해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2000년대 초 네이버가 검색 엔진으로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2000년 진행된 한게임과의 합병, 서치솔루션의 인수가 그 발판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999년 검색포털로 시작한 네이버는 서치솔루션 인수 등으로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최대 글로벌 성과로 꼽히는 '라인' 역시 네이버식 M&A의 성공사례다. 라인의 성공신화는 지난 2006년 네이버가 첫눈과 합병한 것이 시작점이었다. 첫눈은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이 창업한 회사다.
당시 네이버는 350억원이라는 높은 인수금액에 첫눈을 인수했다. 첫눈은 구글로부터 인수 제안을 뿌리치고 네이버의 품에 안겼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첫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첫눈에서 개발을 담당하던 신중호 전 네이버 글로벌 사업총괄(CGO)은 이해진 의장의 특명으로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큰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0년 4월 일본의 라이브도어를 인수한 데 이어 동일본지진이 발생한 해인 2011년 '네이버톡'을 발전시킨 메신저 '라인'을 개발해 일본에서 결실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첫눈과 네이버의 합병이 국내 인터넷 기업의 해외진출 첫 성공사례로 해석되는 이유는 10년이 넘는 도전과 반복 끝에 라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당시 다음의 미국 라이코스 인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엠파스 인수 등 업계의 주목을 받은 수많은 M&A들이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만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검색엔진의 성장과 라인의 글로벌 성공 신화를 쓴 네이버는 이후에도 꾸준히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2017년 인수한 네이버랩스유럽(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XRCE)도 양사가 '글로벌'이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글로벌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네이버의 또 다른 M&A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제록스리서치의 경우 네이버 이외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 네이버에 인수되는 길을 선택한 것은 제록스리서치 사원협의회가 네이버의 기술연구 수준과 방향성, 개발자 문화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현재 네이버랩스유럽은 현재 세계 최정상급 연구 인력들이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파파고, 검색, 로봇, 비전, 자율주행 등의 고도화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간 네이버의 주요한 M&A들이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었던 배경에는 대상 기업의 구성원들과 '글로벌'이라는 단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6000억원을 투입해 왓패드도 향후 네이버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M&A로 평가받고 있다. 전세계 1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는 현재 '글로벌'이라는 비전 아래 네이버웹툰과 콘텐츠·IP 분야에서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이와 함께 이번에 인수한 포시마크의 경우 네이버의 글로벌 커머스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네이버가 포시마크 인수 이전에 스페인의 왈라팝,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등에 투자하며 커머스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한 만큼, 이들 간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는 포시마크와 함께 커머스 분야에서 패션, C2C, MZ세대향 커뮤니티 요소들로 디스커버리 기능이 한층 강화된 새로운 리테일 형식으로의 소비자 트렌드를 충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리테일 형식을 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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