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중국통' 오리온의 바이오는 다를까
현지 유통망·네트워크 강점…그룹 '신무기'로 키운다
오리온이 새해부터 바이오 사업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제과만으론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바이오는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대표 분야다. 현재 여러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을 '정조준'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중국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십분 활용해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제과 넘어 '바이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신규 자회사를 설립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사업은 의약품, 소비재, 식품원료 개발 등이다. 앞으로 99억원의 증자도 결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은 향후 공동투자계획에 따른 추가 유상증자 이후 60%로 변경될 예정"이라며 "출자금액은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99억원까지 순차 납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2020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당시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산둥루캉의약은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둔 시가 총액 1조5000억원 규모의 중견 제약기업이다. 양사는 지난 2021년 3월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현재 결핵과 백신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오리온은 신성장동력으로 '건강'을 강조해왔다. 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 '삼각편대'다. 핵심은 바이오다. 오리온은 지난달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 34억원을 수혈하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새해 인사에서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에선 이 점을 들어 오리온의 바이오 투자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오리온 표 '바이오'
물론 바이오는 쉽지 않은 분야다. 과거 한화, CJ,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도 한 차례 쓴맛을 봤다. 한화는 지난 2015년 바이오 사업을 매각했다. 바이오 사업을 20년 동안 운영했지만, 한차례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에 재진입한 CJ와 롯데도 과거 성장세 둔화로 사업을 매각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국내 바이오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바이오가 특별한 이유는 중국에 있다. 해외인 중국 시장을 정조준했다. 기존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리온은 과거 1993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온지 올해로 30년이다. 제과 사업으로 이룬 유통망도 탄탄하다. 특히 중국은 의약품 시장이 180조원에 달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 시장이다. 충분히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
'곳간'도 풍부해 앞으로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오리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오리온은 그동안의 호실적으로 대량의 현금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오리온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리온의 현금성 자산은 7774억원이다. 단기금융에치금도 238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곧장 '실탄'으로 사용할 현금이 많다는 얘기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중국 시장 목표는 '바이오 유통 플랫폼'이다. 현재 유통망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는 구상이다. 오리온은 아직 바이오 사업에서 '약자'다. 사업 초반 '플랫폼' 역할을 통해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쌓겠다는 구상이다. 오리온 입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결핵 백신 개발과 대장암 진단키트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21년 국내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도입을 완료했다. 지난해 2월에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내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협력 중이다. 현재 현지 공장 설립도 진행하고 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중국은 한국처럼 내시경이 발달한 국가가 아니다. 아직 내시경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천공' 등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외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다. 결핵 역시 중국 정부가 주요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관리 중인 병이다. 중국의 잠재 결핵 보균자는 3억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꼬만 잘 트인다면 '대박'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한 시장이다. 한국과 여러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다. 양국 간의 외교 마찰로 시장이 흔들리기도 한다. 과거 사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롯데는 중국 시장에서 유통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오리온도 당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비단 바이오 사업도 예외일 수 없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 확대도 요구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서 쌓아온 오리온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 국영 기업과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이 다른 타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사업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 상용화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면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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