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저는 예비신부를 잃었습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생존자 A씨 발언 전문.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자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저는 저의 예비신부를 잃었습니다.
10월 29일도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플래너와 상담이 있었고 일을 마치고 귀가 전 잠시 이태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태원 도착 시간은 10시 2분이었고 도착 후 15분 만에 참사를 당했습니다.
세계음식거리를 걷던 중 해밀톤호텔 앞 T자 골목에서 인파가 갑자기 몰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이태원역으로 내려가던 중 파도처럼 인파에 휩쓸렸습니다. 세계음식거리에는 제대로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그곳에 경찰은 단 1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태원역으로 골목을 내려가던 중 클럽 앞에서 인파에 막혀 벽을 느꼈습니다. 앞에서는 내려가지 못하고 뒤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인파에 휩싸여 순간 정신을 잃었고 그 순간 제 여자친구를 놓쳤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여자친구를 찾으니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앞으로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으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싶었지만 인파로 인해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인공호흡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발목이 뒤로 꺾인 상태였는데 이를 원위치시키는 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압박이 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압박이 지속된 상태에서 15분 후 소방대원이 약 4명이 먼저 도착하였고 그로부터15분 후 후발대원이 도착하였으며 뒤쪽인 T자 골목에서 구조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뒤쪽 사람들도 모두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자발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조인원도 부족하여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활동은 매우 더뎠습니다.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인원만 출동하였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압박은 50분 이상 지속됐고, 구조 되었습니다. 클럽 안 부상자는 너무 많았고 소방대원 은 8명도 채 안되어 보였습니다. 여자친구에게 CPR을 수행하던 소방대원은 다른 부상자를 보러 가야 한다고 저에게 직접 CPR을 수행하라 지시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던 중 소방대원 한 분께서 안 되면 "지연 처리해, 지연이야"라는 지연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 지연이라는 말은 너무 늦어서 회복하기 힘들다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지연이라는 말이 저에게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CPR을 수행하다 인공호흡을 크게 하니 구토를 하였습니다. 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소방대원에 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자동제세동기로 확인하였지만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특별한 응급구조 방법에 대해 설명조차 해 주시지 않고 가셨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분들이 희생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습니다. 클럽 안에는 소방대원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저와 시민분들은 응급조치 전문가가 아닙니다. 부상자 한 분, 한 분마다 전문인력이 전담하였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클럽 안에서 계속해서 CPR을 수행하던 중 시민 한 분이 오셔서 큰 대로변으로 나가 면 경찰과 소방대원이 많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들쳐업고 큰 대로변으로 나갔고, 응급차는 많이 있었지만 환자의 응급이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는 도로가 통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소방대원에게 의사에게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병원으로 이동시켜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소방대원은 병원으로 못 가고 빈 상가 안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여자친구를 상가 안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상가 안에서도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하였지만 경찰과 소방대원은 상가 밖으로 계 속 나가야 한다며 내쫓았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이 도착하셨는데 경찰 통제에 의해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었으며 그저 창문을 통해 여자친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나갈 수 없다며 여자친구 곁을 2시간가량 지켰고 버티다 결국 경찰로부터 쫓겨났습니다. 왜 희생자 옆을 지킬 수 없었으며 그 상가에서 나가야 하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2시간가량 희생자들을 상가 안에서 안치 시켰고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습니다.
소방과 경찰에게 이제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도 대답해 주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게 경찰과 소방은 계속 통제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남동주민센터에 실종자 신고를 하면 보다 빨리 찾을 수 있다고 하여 주민센터에 가 실종자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왜 실종자 신고를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저와 가족들이 직접 신원을 확인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대기해 달라는 경찰의 지시에 집으로 돌아갔으며 여자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여자친구 오빠가 수소문하여 직접 알아냈습니다. 경찰이나 구청 및 시청 직원이 저희에게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고지로 이동하는데 검사의 검시필증이 필요하며 경찰서에 직접 가서 신고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신고하러 경찰서로 갔는데 갑자기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여자친구 오빠와 제가 진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질문에 답변하면 경찰이 타이핑하는 진술서였습니다. 이 또한 돌이켜보니 진술서를 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여자친구 오빠께 희생자의 사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검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하여 너무 놀랐습니다.
여기까지가 사고가 일어난 경위에 대해 말씀드렸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159번째 희생자의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깝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지금도 그런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분들 덕분입니다.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여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더라면 저 역시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은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2차 가해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저희의 요청에 응답해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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