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탐지기’ 더 믿은 검찰…수자원공사 성추행 의혹 불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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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에서 발생한 사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거짓'으로 나왔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2차 피해로 퇴사했지만, 수자원공사는 사내 조사에서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가 검찰에서 불기소됐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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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이유로 삼기 부적절” 의견도
검찰 무혐의로 가해자 공사 징계도 없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발생한 사내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거짓’으로 나왔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2차 피해로 퇴사했지만, 수자원공사는 사내 조사에서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가 검찰에서 불기소됐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 ㄱ씨는 2020년 3월 같은 부서 차장 ㄴ씨, 다른 상사 ㄷ씨와 회식 도중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ㄱ씨는 사건 당시 바로 회사에 이를 알리지 못했으나, 사건 직후부터 같은 회사 동료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다.
사건 이후 ㄴ씨와 2년 가까이 일한 ㄱ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부장에게 가해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ㄴ씨가 ㄱ씨를 은근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게 ㄱ씨의 주장이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인의 친구가 유력자라면서 ‘무슨 일 생기면 말하라 그랬다’고 큰 소리로 떠든다든지, 내가 앉아 있는 자리를 비아냥거리며 지나다녔다”며 “괴롭힘을 참을 수 없어 경찰 고소와 회사 신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가 1년 가까이 이어졌고 그사이 계속되는 2차 피해로 ㄱ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신고 후 약 1년 뒤인 지난해 11월 ㄱ씨가 받아든 것은 검찰의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불기소 처분이었다. 검사는 ㄱ씨가 ㄴ씨와 함께 노래방에 간 것은 인정되나, ㄴ씨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함께 자리에 있었던 ㄴ씨의 측근인 ㄷ씨도 “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을 불기소 이유로 들었다.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사가 불기소 처분의 이유로 든 것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생리심리검사)였다. ㄱ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판단됐다는 것이었다. ㄱ씨는 “검사 당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고 조사관의 고압적 태도로 위축되고 긴장된 상태였다”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싶어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응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진술이 엇갈리고 대질 조사를 할 수 없다 보니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렇게 불기소 이유서에 들어간 경우는 처음 본다”며 “하나의 정황으로 볼 수는 있어도 주요 이유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현재 ㄱ씨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려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ㄴ씨는 <한겨레>에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2월 사내 권익보호위원회 심의를 통해 ㄴ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내 조사 과정에서 ㄴ씨와 ㄷ씨는 노래방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말을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는 ㄴ씨를 다른 사업본부로 전보하고 인식개선교육을 했으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이유로 징계절차를 중지하다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원 4명을 성희롱하고 6명을 괴롭힌 3급 직원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성희롱 발언한 다른 3급 직원에게 견책 처분을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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