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건설산업의 문제와 희망

이종진 K-water 인재개발원 교수 2023. 1.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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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진 K-water 인재개발원 교수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영향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대학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연말이면 학생 모집에 애를 태우고, 그에 따른 학과 통폐합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건설 분야도 이런 거대한 파도는 피해 갈 수 없는 것 같다. 지방대학의 건설 관련 학과는 매년 학생 모집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울의 대학들도 2, 3학년이면 다른 학과로 편입하는 학생들이 많아 강의실이 썰렁해진다고 한다. 학생들이 건설 관련 학과를 선택하지 않거나, 또는 처음에는 선택했어도 졸업도 하기 전에 전과나 편입으로 학과를 옮기는 것은 결국 건설산업이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것이 건설산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세대(1960년대)는 건설산업에 종사하면 뭔가 눈에 보이는 거대한 시설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온 힘을 바치고 완공 후에는 기념비나 기념탑에 이름이 새겨지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줄 것을 기대하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일에서의 성취감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종의 욜로(YOLO)를 중요시한다. 그런 그들이 도심과 한참 떨어진 현장에서 추우나 더우나 밖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산업별 임금에 있어서도 건설업은 2020년 기준 전체 산업 월평균 32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260만 원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수 인력이 건설산업으로 유입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 속에 이제는 미숙련공과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이 산업이 유지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반면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흘러나온다. 우리나라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미래의 주력이 될 산업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첨단 산업이라 해도 효율적인 인프라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국가적인 노력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개발 사업 같은 경우를 보자. 이 사업은 추정 공사비가 약 5000억 달러(한화 약 670조 원)에 이르고 사업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 한다. 물론 일대일로 계획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간의 시너지를 언급하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국과의 수주 경쟁이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진 다양한 혁신 기술의 통합과 데이터 활용 및 유지 등 스마트 시티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부각시키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런 대형 도시 프로젝트는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룰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네옴시티는 공사 수주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으나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국가적 전략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는 건설산업에 대한 대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우선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그 산업이 발전하고, 우수한 인력을 유인할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우수한 인력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건설산업에 대한 발전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건설산업 전반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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